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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천승세



비록 짧은 시간

네 살결 어루만지며 멀리 가버렸다 해도

다시 못 올 바람 한 줄

노닐다 갔느냐 생각지 말라

이 같잖은 바람도 소용없어

스스로 시원한 날도 네 겨드랑이에 숨어

간질간질 볼 때만 기다리리라

- 천승세 시집 ‘산당화’ / 2016·문학과행동


 

 

 

 

 

한국 문단의 생존하시는 작가 중 가장 늘 비극의 첨단에 서서 인간을 그려내는 분이 천승세 선생이다.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점례와 소’가 당선되어 소설가, 희곡작가, 방송작가, 기자 등으로 활동을 해오신 분으로 1989년 ‘창작과 비평’에 ‘축시축란’으로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하신 현대문학의 장르를 두루 넘나드는 천상 문호(文豪)다. ‘바람’은 소원일 수도 있고, 소리(노래)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명료한 것은 소리없이 왔다가 우리의 감각을 간질이고 떠나가는 손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영의 호홉으로 내 안으로 들어온다면 그것은 또 다른 역사일 수도 있으리라. 살갗을 맴도는 같잖은 바람같은 인생이라는 짧은 시간, 놓쳐 버린 바람들이 내 속살을 설레게 하는 그 간질간질한 사랑을 여전히 기다리며 오늘도 바람을 맞는다. 구순(九旬)의 젊은 시인 천승세의 새시집 ‘산당화’에서 시간의 꽃밭에 부는 서정의 바람이 깊은 호홉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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