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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철을 모르면 위험하다

 

많이 춥다. 몸도 춥고 마음도 춥다. 외투를 입어도 어깨가 움츠려든다. 난롯불에 손을 얹어도 온기보다는 화기가 먼저 돈다. 올 겨울 얼마나 추울지….

개나리 몇 송이 피어 오종종 떨고 있다. 양지바른 곳 담장에 기대 핀 개나리가 말갛게 얼어 떨고 있다. 철모르는 것의 위험함이다. 카메라에 담아본다. 제철을 놓고 요 며칠 따뜻한 온기를 틈타 잎과 꽃을 꺼내놓은 것이 안쓰러워 옷이라도 벗어 덮어주고 싶다.

얼마 전 산행에서도 진달래가 핀 것을 보았다. 태양의 농간인지 철없는 진달래의 무분별함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진달래가 피었다. 봄꽃을 서둘러 보는 재미도 있지만 지금 핀 꽃은 아마 제철에는 초라할 것이다.

무엇이든 때와 장소가 있는 것이다. 약속과 원칙이 있는 것이다. 봄꽃은 봄에 피어야 하고 여름 꽃은 여름에 피어야 아름답다. 지금이야 온실 속에서 제철을 모르고 꽃이 피고 지지만 야생의 것들이야 자연에 순응해 살아야 어려움이 덜하다.

서둘러 핀 꽃들을 보면 할 말은 많은데 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시위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마치 피켓을 들고 있는 것 같아 짠한 것은 지나친 비유일까.

여러 가지 사안들로 나라가 위기다. 자고나면 몇 백만 마리씩 살 처분 되는 닭과 오리를 죽게 만드는 요인이 철새들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철새에게 주의를 당부할 수도 없고 방역을 철저히 해서 AI의 확산을 막자고 하지만 계속해서 뚫리는 방역과 AI의 확산으로 애가 타는 것은 가금류 농가들이다.

벌써 계란 값 인상이 들썩이고 있다. 생산량이 줄어드니 당연히 계란도 닭도 오를 것이다.

김장철 초기에는 배춧값이 올랐고 쪽파 한 단에 12,000원이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 넉 단 넣으려했던 계획을 바꿔 두 단만 넣고 김장을 했다.

삼일 뒤 동네 마트에 나가보니 12,000원주고 샀던 쪽파보다 더 좋은 것이 한 단에 3,000원씩이다. 며칠 사이에 쪽파의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아닐 텐데 이렇게 큰 시세차익이 나는 것을 보면 수급조절의 실패이거나 누군가의 농단이다.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 상승에 김장을 포기하는 세대가 늘어서인지 아니면 잡고 있던 물량을 풀어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배춧값도 김장 초기에 비해 많이 내렸다. 다행스런 일이지만 화가 난다.

살기 힘든 요즘이다. 제 자리를 지키는 일도 어렵고 역할을 다하기도 힘들다. 연말이라 북적일 줄 알았던 식당가도 이런저런 이유로 한파다. 한 집 건너 한집 줄지어 늘어선 식당 안을 넘겨다보면 두어 테이블 손님이 있는 곳도 있고 아예 주인만 턱을 괴고 앉아 지나가는 길손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곳도 있다.

한창 성업 중일 시간에 이러고 있으면 오래 버티기 힘든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작년이맘때는 송년회 예약으로 달력이 빼곡히 차 있었는데 올해는 달랑 두 팀 잡혔단다. 김영란 법이니 뭐니 해서 안주고 안 먹는 것이 상책이라며 아예 식사자리를 거부해서 생긴 현상이라고 한다.

이렇게 가다간 가게 보증금 다 까먹고 나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이다. 다수의 자영업자의 현실이다. 철모르고 피어 오종종 떨고 있는 개나리처럼 벌거벗겨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할 형편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수두룩한 씁쓸한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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