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독감유감

 

요즘 독감이 극성이다. AI 즉 고병원성 조류 독감은 물론 사람들도 감기인줄 알고 있다가 차도가 없고 계속 열이 나고 아파서 다시 검사를 해 보면 독감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물론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개인위생에 주의를 하는 한편 평소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나 일단 걸리고 나면 며칠은 고생을 하게 되어 있다. 나도 겨울이면 한 번씩은 감기로 호되게 고생을 하는 편이다. 온 몸이 쑤시고 목은 물론 열도 심하고 기침에 콧물에 그야말로 감기의 종합선물 셋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겨울은 용케 지나나 싶었지만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아무리 이기려고 해도 그 놈은 나를 굴복시키고야 말았고 나는 독감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경고를 들었다. 다행이 열은 떨어졌으나 기침을 달고 살았다.

첫눈은 소리 없이 내렸다. 아니 우리 동네는 내가 미처 첫눈을 반길 시간도 없이 내렸다. 일을 하면서 창밖으로 내리는 그것도 진눈개비에 섞여 내리는 눈을 간간히 바라보는 정도였다. 속으로 심통이 난 나는 그 눈을 첫눈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날 밤 뉴스에서 촛불을 든 광화문 광장에 눈이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분이 묘해졌다. 저 사람들은 지금 첫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럴 여유나 있을지, 따뜻한 방안에 앉아 있는 나 자신이 무언가 내가 져야할 짐을 남에게만 떠밀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어느덧 첫눈은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겨울만 되면 첫눈을 기다리면서 눈꽃 타령을 하고 함께 첫눈맏이 할 멤버를 구성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그러나 내가 앓는 계절병 중에 하나가 낙엽이 지면서 철새구경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몇 해를 두고 별러도 철새구경 한 번도 못 갔다. 주남저수지나 을숙도 또는 철원평야 등 유명 철새도래지를 꼽아두고 아무리 일찌감치 바람을 잡고 다녀도 돌아오는 대답은 시큰둥하다. 그냥 티브이나 모니터로 보는 게 최고라는 둥 뭐 하러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대답이었는데 근래에 들어서는 철새의 분변이 조류독감의 감염원이라며 큰일난다고 말도 못 꺼내게 한다. 그래도 다른 새는 보고 싶어도 다 참겠는데 재두루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눈앞에서 꼭 한 번은 보고 싶다는 생각을 겨울이 오기 전부터 봄이 다 되도록 떨치지 못한다.

마트에 다녀온 남편이 계란판을 내려놓으며 계란값이 금값이라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야채값도 추석을 지나고도 떨어지지 않더니 한 번 시작한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어 일반 소비자들의 생활물가도 그렇겠지만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국에 경기는 연일 한랭전선이다. 이웃에 치킨집도 손님이 줄고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집은 아예 손님이 뚝 끊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조류독감은 육계가 아니라 오히려 산란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한다. 그래서 익혀서 먹으면 지장이 없다고 하는 말은 들었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이고 신뢰가 가는 자료를 예시로 소비자들을 안심시켜 정상적인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하면 어떨까?

요즘 민주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차원 높은 정치적 식견도 중요하지만 이런 작은 일에서부터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는 배려가 이 겨울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