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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개헌의 일상화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항쟁의 결과물이다. 유일하게 평상시 여야 합의의 국회안이었다. ‘대통령직선제 쟁취’가 최대의 화두였다. 4·13 호헌조치로 개헌을 반대하던 전두환 대통령은 직선제를 통해서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전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보장하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해 충분한 개헌논의가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그래서 전문적인 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지만 30여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 모두 비리로 본인이나 친인척이 구속된 역사를 낳았다. 최근 최순실 사태는 친인척이 아니라는 점만 다를 뿐 이전의 비리들을 모아 놓은 비리의 종합선물세트다. 그러므로 단순한 개인 차원의 비리가 아니라 권력이 집중된 현행 대통령제 자체의 한계로 인식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개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 역대 개헌과정을 살펴보자.



역대 개헌은 모두 비정상적 상황에서 진행

6·25 와중에 이승만의 대통령직선제 개헌안과 야당의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즉석에서 조합해 통과시킨 발췌개헌, 자유당 창당 후 제출된 이승만 3선 개헌안은 가결 정족수 미달이었으나 반올림하여 가결선언한 사사오입 개헌이 됐다. 4·19 이후 자유당이 다수당인 국회에서 한민당 주도의 내각제 개헌, 시위대의 국회난입에 따라 소급입법의 근거를 마련한 4차개헌이 이뤄졌다. 5·16 이후 국회는 해산되고 국가재건최고회의와 국민투표로 개정한 3공화국 헌법, 여당 내 반대를 무릅쓴 박정희의 3선 개헌, 헌법에 근거가 없는 비상사태 선언 후 통과시킨 유신헌법, 그리고 박정희 사망 후 이루어진 5공헌법이 우리의 개헌사이다. 한 번도 평온하게 개헌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과거 개헌 때처럼 비상시인가? 그런 정도는 아닌가? 비상사태 하에서 개헌하는 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다. 우리도 이제 그런 유형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최순실 사태가 대통령 탄핵 정국을 불러왔고, 아직도 주말이면 촛불집회와 맞불집회로 시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4·19나 1987년 6월항쟁과 지금은 다르다. 1987년 때만 해도 아직 군부의 정치개입 가능성이 존재했고, 집회 참여자는 언제 검거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제는 헌법에 규정된 제도와 절차에 따라 운영되는 국가이어야 한다. 개헌도 일상적이어야 한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국민의 입장에서 개헌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단계적·장기적 개헌의 일상화가 필요

개헌만으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여 정권 말기의 비리를 다 막을 수는 없다. 법률 차원의 보완도 중요하다. 예컨대 선거제도의 개선, 감사원의 실질적 독립, 공직자비리수사처 같은 별도의 감찰제도, 검찰의 개혁, 청와대 기구축소 등 할 일은 많다. 그러나 역시 개헌이 출발점이다. 대통령의 권력집중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원내각제와 지방분권이 대안이지만 당장 가능하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내용보다 평온한 개헌을 정치권에서 합의할 수 있느냐이다.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치권 대부분이 합의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이 있다. 대권주자들도 반대하기 어렵다. 현 대통령의 퇴임시기를 확정하고 정부이양 기간을 확보하여 정치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현 국회의원들의 임기단축 때문에 합의가 어렵다면 부칙에서 임기보장을 해주면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현행 대통령제의 부작용을 없애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의원내각제로의 전면 개헌이다.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내년 대통령선거를 끝으로 그 이후에는 의원내각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헌도 가능하다. 권력구조 외에도 손 볼 규정은 많다. 다만 단번에 개헌하고 또 30년 기다릴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부분적, 단계적, 장기적으로 개헌을 추진하여야 한다. 전국단위 선거 때 실시하면 국민투표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단번에 전면개정을 하면 가부간 의견표시만 가능하므로 국민들의 선택권이 거의 없어진다. 격렬한 반대투쟁을 불러온 유신헌법도 국민투표에서 91.5%의 찬성률을 보인 것이 그 반증이다. 우리와 비슷한 기간에 60여 회의 개헌을 실시한 독일이 참고가 될 수 있다. 개헌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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