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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사랑의 온도

‘김달봉씨를 아시나요’ 엊그제 신문들에 얼굴 없는 기부천사를 찾는 기사가 실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인천의 기부천사를 찾는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모금회를 통해 밝혀진 내용은 이렇다. 지난달 9일과 21일, 이달 12일에 한 30대 남성이 각각 인천 동구청과 남동구청, 부평구청에 들러 전액 5만원 지폐로 5천만 원씩 총 1억5천만 원을 냈다는 것. 담당자가 ‘사용 용도와 이름’ 등을 묻자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써 달라”며 ‘김달봉’ 석 자만 남긴 채 홀연히 떠나 미스터리 인물로 남았다고 한다.

지난 200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개인과 법인 최고 기부자 9명의 이름을 밝히면서 5년간 8억5천만 원을 내 1위에 오른 개인 기부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조용히 숨어서 돕는 게 본인과 가족들 뜻”이라며 기부자가 거절해서다. 당시도 언론은 ‘이름 없는 천사’를 추적하며 누군지 밝혀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못 알아냈다.

이러한 자선활동을 보고 듣거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행복하고 건강해진다. 또 보통사람들의 기부 선행은 척박한 세상에 단비가 된다. 화려하진 않지만 묵직한 감동을 안겨 주는 ‘작은 기부 영웅’들이 많을수록 사랑의 체온도 뜨거워진다. 하지만 우리의 기부 문화는 아직 수준이 낮다. 기부지수 또한 세계 145개국 중 올해 64위다. 1위가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미얀마라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맘때면 기부액이 1년 중 최고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기부금의 60% 이상이 매년 12월과 1월에 집중된다는 조사도 있다.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과, 자선냄비가 등장하는 연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밑 우리사회는 여전히 썰렁하다. 한 달여 전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7.8도를 가리키고 있다. 이 탑은 올해 3588억 원을 목표액으로 잡았지만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기부 심리가 얼어붙어 온도가 영 오르지 않고 있다. 며칠 남지 않은 올해 ‘성금과 기부’가 들불처럼 번지는 기적을 기대해 본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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