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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대통령 탄핵 다툼에 나라가 두 쪽 날라

 

우리나라 대한민국. 참 많이도 변했다.

우리들의 부모 세대는 37년의 긴 세월 동안 일제의 압박을 견디며 나라 잃은 설움도 많이 겪었다. 할아버지 세대는 봉건제도의 틀 속에서 인권조차 누리지 못하고 마치 머슴처럼 살았다. 수백만 명이 숨져간 민족의 비극 6.25 전쟁과 혹독한 가난 속에서 꽃다운 젊은이들이 흘린 피의 대가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가까스로 지켜냈다. 전쟁 직후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 돼 원조를 받던 나라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이제 원조를 해줄 만큼의 부유한 나라가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의 자유가 일부 제한되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졌다. 자연스레 민주화를 갈망하는 욕구가 가슴속에서 솟구쳐 올랐고 시민의식은 날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쳤다.

2002년 6월의 광화문 광장. 한일월드컵에서 이곳을 가득 메운 ‘붉은악마’ 응원단은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하나가 됐다. 월드컵 4강이라는 기적을 이룬 국민들은 환호하며 자긍심도 만끽했다.

2008년에는 광우병 촛불집회를 열고 이명박 정권 퇴진운동의 깃발을 휘날렸다. 반미운동의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광화문 광장에 이제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거리의 축제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시위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지만 헌법재판소가 빨리 가결하라고 요구한다. 한쪽에서는 보수단체들이 헌법재판소 앞에 몰려가 탄핵기각을 외친다. 아무리 자신의 의사를 마음껏 표현하는 게 민주주의라 하지만 국론이 분열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의 촛불집회가 언제 끝날지 기약은 없지만 그때까지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친박 핵심 김진태 국회의원이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지기 마련’이라 했다가 촛불은 더 타올랐기는 했지만 그가 말한 것처럼 훗날 지금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광우병 시위처럼 과연 그런 것이 있었는가 하는 흐릿한 기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광화문 촛불집회는 그 시작이 일반시민들의 참여로 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노사분규와 같은 시위와는 다른 데다 그 위력마저 대단하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대입수험생에 이르기까지, 또는 온 가족이 손잡고 나와 ‘역사의 현장’을 목도하는 체험의 현장으로까지 번졌다. 종편을 비롯한 방송들은 생중계를 하느라 열을 올려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혹자는 지겹다고 채널을 돌리기도 한다.

이 같은 대규모 시민들의 참여에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무능을 비판하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나무라는 시민불복종 행위의 의미도 담겨있다. 대의민주주의의 실종을 꾸짖는 것이다.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과 국회의원들마저 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집회와 시위, 대결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탄핵 찬성”집회의 참여시민이 차츰 줄어드는 상황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는 보수 세력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맞불집회를 갖고 있다. 자칫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날 때까지 양쪽의 집회는 계속되고 이러다가 나라가 완전히 두 쪽 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대한민국은 엄연히 법치국가다.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일은 이제 본격 진행된 특검수사의 결과와 또 헌법재판소 결정의 몫이다. 언제까지 이 문제를 두고 보수 진보라는 이념적 경향이나 집단적 사고에 함몰되어 나라의 구성원인 국민들끼리 편이 갈라져야 되겠는가.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못한다. 가뜩이나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에 최순실 사태까지 겹쳐 매출이 반 토막을 넘어 1/3토막이라고 아우성이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대선을 향한 싸움과 자기네들끼리 싸움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오로지 표만을 위해 툭하면 민생을 외치지만 민생을 내팽개친 지 오래다.

누구라도 나라가 두 쪽 나길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정치권이나 국민 모두 맡은 바 본연의 자리에서 국가의 심각한 위기를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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