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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붉은 닭’

‘닭’은 예로부터 여명(黎明)을 밝히는 상서로운 존재로 인식됐다. 새벽이면 때를 맞춰 울었고, 그 울음소리는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며 만물의 영혼을 일깨운다 믿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제주도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창세신화 ‘천지황본풀이’ 에선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이 날개를 치고, 인황닭이 꼬리를 쳐 크게 우니 갑을동방에서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고 적고 있다. 옛 화가들이 해 뜨는 장면을 묘사할 때 닭을 그려 넣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해는 닭띠 해다. 60간지로는 34번째인 정유년(丁酉年)이다. 역법에서는 정(丁)이 불의 기운을 의미하고 불은 붉다는 뜻을 지녀 ‘붉은 닭’의 해로 불린다. 붉다는 것은 밝다는 의미도 있으므로 총명함을 상징한다.

십이지(十二支) 중 유일한 조류인 닭은 옛 사람들이 ‘영묘한 힘’ 있다고도 믿었다. 즉 머리에 관(볏)을 썼고(문·文), 발톱으로 공격하며(무·武), 적을 보면 싸우고(용·勇),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며(인·仁),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는(신·信) 다섯 가지 덕을 갖췄다고 해서 다. 또 어둠과 요사스러운 귀신을 쫓아낸다는 상징의 의미로도 썼다 .마을에 돌림병이 유행하면 닭의 피를 대문이나 벽에 바르기도 했다. 새해에 액운을 쫓고 복을 빌면서 대문이나 벽장에 붙이는 조선 초기 풍속화 ‘세화’ 그림에도 닭은 호랑이, 사자, 개와 함께 어김없이 들어갔다.

그러나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 해야 할 정유년,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나라의 흥망성쇠를 가른 사건이 많았다. 그중 1597년의 ‘정유재란(丁酉再亂)’과 1897년 대한제국 설립이 대표적이다. 정유재란은 일본의 2차 침략으로 1년간 전쟁을 치렀으나 6년 동안의 임진왜란 보다 피해가 더 큰 100만명 넘는 백성이 목숨을 잃고 국토는 황폐화 됐다. 대한제국이 설립된 그해 역시 식민지 망국의 서막을 알렸던 치욕적인 해다.

그로부터 120년. 다시 찾아온 정유년. 탄핵심판과 대통령선거 등 나라의 어수선함이 예사롭지 않을 것 같다. 부디 암흑과 혼돈을 걷어내는 ‘붉은 닭’의 영묘한 힘을 발휘 했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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