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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은 ‘국가 개혁’ 대장정의 출발점

정유년 아침이 밝았다. 동해 바다 위로 떠오른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다를 리 없건만 새해 첫 일출을 바라보는 마음은 늘 새롭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는 마음이 한결같은 까닭이다. 때문에 새해 아침에 다지는 각오와 소망은 새롭고 희망차다. 모두가 한 해 소망을 기원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올해는 붉은 닭띠 해다. 적극적이고 활기찬 새로운 도전과 창조를 의미한다. 지난해 어두웠던 기억은 훌훌 털어버리고 희망으로 가득 찬 새 날을 맞고 싶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엔 무거운 납덩어리가 자리 잡은 것처럼 무겁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이 땅의 암울한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다.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를 맞아 더 밝은, 더 행복한, 더 큰 대한민국 공동체가 만개하기를 기원했으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정반대였다. 오히려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으로 국가 시스템이 붕괴됐고 대통령은 탄핵 소추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치·사회적 현실은 더 어두워지고, 갈등과 분열은 치유될 수 없을 정도로 간극이 벌어졌다. 마치 희망의 빛이 안 보이는 앞뒤 꽉 막힌 캄캄한 터널에 갇혀 비상구도 찾지 못한 채 제 풀에 지쳐 쓰러져 있는 형국이다.

돌아보면 위기 아닌 때가 없었지만 지난해는 더했다. 그러나 아직 정치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고 그 사이 서민경제를 비롯 우리나라 경제는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파탄 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청년실업과 양극화도 한국 사회를 급격하게 붕괴시키고 있다. 연애결혼 출산은 물론이고 집 장만과 인간관계마저 포기한 이 시대 젊은이의 좌절과 함께 OECD 평균보다 4배에 달하는 노인 빈곤율은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지방, 부유층과 빈곤층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양극화 문제도 어느 것 하나 변한 게 없다.

이처럼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과 갈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으나 대통령의 무능으로 지난해는 더 비참하게 무너졌다. 1000만 촛불 집회가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표다. 그런데도 국가는 무기력하고 정치는 방황하고 있다. 법치에 대한 불신도 깊어가고 있다. 올해 얼마나 큰 격랑이 대한민국을 덮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이 있는 해이면서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해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유년은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위기를 뼈저리게 인식하면서 모두가 난국을 헤쳐 나갈 힘을 모으는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 특히 찢어진 민심을 봉합하고 하나로 결집해 국민의 역량을 모으고, 국가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는 지난해 촛불집회를 통해 성숙되고 에너지 넘치는 미래 동력을 확인한 바 있어 어렵지 않다고 본다. 정치는 사리사욕에 빠져 근시안적 이익에 함몰되지 말고 국민의 마음과 지혜를 모아 국가를 개혁하고 쇄신하는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야 할 견인차역할을 해야 정치가 탄핵 이후 대통령 선거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번엔 국민들이 정치를 가만 놔두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은 대통령만 신뢰를 잃은 것이 아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지도자들의 신뢰도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불안을 달래주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희망을 심어주는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나라를 바꾸고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상생이 필요한데도 보수·진보로 나뉘어 이전 투구한다면 국민들은 반드시 표로써 심판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런 일들이 성공하려면 우선 탄핵의 공정한 진행과 국민이 납득할만한 인용을 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2004년과 달리 이번에는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책임을 물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민심이 일궈낸 결과며, 시민혁명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헌재가 최대한 공정하고 신속하게 심리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에 규정된 탄핵심판 심리 기간은 180일이지만 내부적인 요인과 국가 중대사라는 점을 감안해 헌재는 최대한 심리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물론 헌재가 무리하게 심리와 결정을 재촉하다가 논란의 불씨나 흠결을 남기라는 얘기가 아니다. 면밀한 조사를 통한 증거에 입각해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물론 찬반 시위 등 외부의 압력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정치권도 헌재를 무작정 압박해선 곤란하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당면한 최대의 정국 과제는 국정을 조속히 안정시키는 일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혼란을 신속히 수습하고 국정 정상화에 노력을 다해야 한다. 헌정 사상 두 번째로 현직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비상시기에 행정부와 국회의 협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국정 혼란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정유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예외 없이 청렴·도덕·능력 등 모든 분야에서 투명한 검증의 문을 통과하라는 것이 국민적·시대적 요구다. 따라서 국민의 눈과 귀를 열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탄핵인용 이후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면 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미룰 수가 없고, 유력 후보에 대해 검증할 시간도 충분치 않은 데다 검증을 빙자한 치고 빠지기 식 정치공작이 난무할 조짐을 보여 더욱 그렇다. 특히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비극적 헌정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고도 혹독해야만 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선거에 적극 참여해 새 정치를 실현하는 국민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민주주의 역사를 여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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