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사설]위안부문제, 일본에 끌려 다니는 이유가 뭔가?

일본이 참 해도 너무한다. 아니다. 우리 정부가 더 하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시민들이 설치한 소녀상을 놓고 일본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부산 동구청과 시민단체 등에 부산 소녀상의 이전을 사실상 종용했다. 소녀상은 지난달 28일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웠지만 부산시 동구청이 이를 강제 철거했다. 결국 국민적 비판 여론에 눌려 같은 달 30일 설립을 허용했다. 외교부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 및 관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말은 이전하라는 것이다.

외교부 대변인은 국제예양과 관행을 내세우면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기억하기에 적절한 장소에 대해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 ‘정부가 제정신인건가? 대한민국 우리 땅에 소녀상 놓는데 그걸 일본지시에 따라야하냐? 지금이 21세기 맞냐?’ ‘이완용의 후예들이 외교를 맡고 있나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왜 우리가 가해자들 눈치를 보고 소녀상 위치를 옮겨야 한단 말인가’ ‘왜나라 왜교부로구나’라며 분노를 넘어 탄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이런 태도가 낯설지는 않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28일 합의’ 후 취지와 정신을 존중해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해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는 24년 만의 외교적 성과’라고 자화자찬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위안부 합의 직후 유엔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맺은 위안부 합의를 환영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리더십과 비전에 감사한다’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어찌됐거나 일본은 부산 소녀상 설치 이후 외교적으로 우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총영사의 일시 귀국 조치시켰으며 한·일 고위급 경제협의와 통화스와프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그동안 일본의 눈치를 보며 위안부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오다가 이젠 소녀상 이전까지 종용하고 있는 이 정부의 태도를 놓고 일부에서는 ‘일본과 이면 합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물론 국제관계에서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본에서 혐한론이 더 확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