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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윤동주(尹東柱) 탄신 100년

시인 윤동주(尹東柱)의 아버지는 ‘해’ ‘달’ ‘별’을 유난히 좋아했다. 그래서 자식들 아명도 이와 연관해 지어 주었다. 첫째인 동주에게는 ‘해처럼 빛나라’는 뜻의 해환(海煥), 둘째 일주에게는 달환(達煥), 그 밑에 갓난애 때 죽은 동생에게는 별환이라고. 윤 시인은 고향인 북간도 용정 ‘명동촌’에서 이런 아명을 갖고 28년 생애의 절반인 14년을 보내며 자연을 벗 삼아 시인으로서의 감수성을 키워나갔다.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이라고 서정을 노래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이미 그때 잉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윤동주는 독립투쟁 일선에서 장렬하게 산화한 투사는 아니다. 남긴 작품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가장 좋아하는 시인’ 조사에서 1위에 자주 오른다. 서거 7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순결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평도 듣는다. 끊임없이 윤리적인 자기완성을 꿈꾸며 내부에 도사린 한 점의 욕됨조차 용납하지 않으려 하던 청년 시인의 정신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까닭이다.

올해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시인 윤동주의 탄신 100주년이 되는 해다. 따라서 그의 삶을 문학적, 시대적, 세계적으로 조명하는 사업들이 연중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시인협회가 11일 “나라가 어지럽습니다. 윤동주의 순결한 시 정신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라며 ‘윤동주 100년의 해’ 선포식을 가진 것을 필두로 한국문인협회는 23일 학술회와 각종 심포지엄, 문학의 밤 행사를 열고 윤동주 문학 세계를 재조명할 계획이다.

모교 연세대도 다음 달 16일 추모식을 시작으로 연중행사를 이어간다. 5월 18일엔 음악회를 열어 윤동주 시에서 영감을 받은 창작곡 등을 발표하고, 7월 한·중·일 대학생 순례단이 윤동주의 묘소가 있는 중국 룽징을 거쳐 한국과 일본 후쿠오카를 잇는 순례길을 탐방한다. 나아갈 길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어둠 속에서 언젠가 홀연히 닥칠 ‘아침’을 기다린 시인 윤동주의 영혼을 만나는 귀중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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