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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야기]국민이 변호사에게 묻는다

 

2013년으로 기억한다. 모교인 고려대학교 학내 서점에서 책 한권을 골랐다. 법철학 서적을 뒤적이던 중 한권의 책을 발견했는데, ‘법철학: 이론과 쟁점’이 그 책의 제목이다. 실무가인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다양한 쟁점을 잘 정리한 책이었다.

책 중간에 독자에게 던진 질문이 의미심장하다. “법치주의 원리가 법의 지배를 뜻하며 사람의 지배를 뜻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누군가가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법률가들이 그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법치주의는 사실상 법률가의 지배로 귀결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법의 지배가 아닌 법률가의 지배’. 이러한 문제의식은 변호사인 필자에게 매우 뼈저리게 아픈 날선 비판으로 꽂혔다.

최근 탄핵정국에서 변호사는 국민으로부터 비난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언론의 보도기사에는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따가운 질책이 담겨져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신랄한 비난이 쏟아진다. ‘법률가의 지배’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대통령 대리인단과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변호인들의 변론에 대해서는 방법과 태도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의 불신과 비난은 몇몇의 변호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 전체로 번지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비판 댓글들은 지면에 그대로 인용하기 어려울 정도다. 인터넷상에서 변호사임을 밝히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변호사인 필자는 국민들의 비판 중 일부는 소송절차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고, 변론과정에서의 변호사 역할에 대한 이해 부족과도 관련이 있다는 해명을 하고 싶다. 그리고 특검 소속 변호사들의 활약상을 보더라도 변호사는 법치주의의 수호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존재들이라는 점을 인정받고 싶다.

그런데 말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사랑을 받은 만큼 책임도 크고 그만큼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은 변호사의 사명이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에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 제1조 제2항은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법 제2조에 따르면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이기 때문에 직무수행에 있어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에서 국민의 눈에는 변호사가 이렇게 비치지 않을까.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사명은 뒷전으로 두고, 돈이 되는 사건선임에만 힘쓰는 법률사업가이자 법치주의를 내세워 권력의 둥지를 만드는 법 기술자. 국민의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국민은 법률가의 지배에 대해 분노하고 비판하고 있다.

“법치주의가 법률가의 지배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앞서 모두에서 말한 책이 던진 또 하나의 질문이다. 변호사들이 지금 대한민국 국민에게 답해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지금 변호사들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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