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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김수한 추기경은 종종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그때마다 강론에 앞서 들려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신부시절 기차를 타고 어려운 이웃을 만나러 가는 길,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내가 과연 이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무슨 보탬을 줄 것인가? 인생이 무엇인가? 등등 삶에 대해 골몰히 생각하고 있을 때 기차통로 저쪽에서 판매대를 밀고 오는 홍익회 판매원이 이렇게 외치며 다가오고 있었단다. ‘삶은 계란이요. 계란’ 김수한 추기경은 속으로 ‘아하 그래…’. 그날 이후 “삶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삶은 계란’이라는 대답을 하게 됐다는 얘기다. 2003년 서울대 강연에서 이 같은 얘기와 함께 들려준 그의 “삶은 거창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다. 계란처럼 작고 가까이 있다. 그러니 즐기고 행복하고 사랑하라”고 한 내용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달걀은 식재료로 삶과 연계시켜도 절묘하게 어울린다. 언제나 소소한 모습으로 우리 생활 속 먹거리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40∼50년 전, 손님이 오거나 생일, 제사 등 특별한 날이 아니면 밥상에 오르지 않는 귀하신 시절도 있었지만, 학교 소풍과 운동회 때는 삶은 달걀을 몇 개씩 한꺼번에 먹는 호사도 누리게 했다. 그 후 도시락을 점령, 영양보충의 총아가 됐고 지금은 우리 음식 재료의 ‘지존’ 자리에 올라있다.

한때, 그러니까 6·25전쟁 이후 60∼70년대까지 달걀은 닭고기, 돼지고기, 찹쌀과 함께 설 선물 4대 인기 품목이었다고 한다, 가치도 돼지고기 한 근과 견줄 만했다. 당시 시중 소비자 물가표를 보면 돼지고기 한 근(600g)은 120원이었고 달걀 한 꾸러미(10개) 가격은 110원으로 기록돼 있다. 따라서 명절 때 달걀을 선물 받는 가정은 행여 깨질까 노심초사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고 한다.

설을 앞두고 시중에 달걀이 선물세트로 다시 등장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공급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귀하신 몸이 됐고, 김영란법을 피해가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작용했는지 인기도 매우 높다고 한다. 정유년 닭띠 해에 ‘달걀 선물세트’ 어딘지 특별해 보인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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