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불효를 일깨운 추위
[생활에세이]불효를 일깨운 추위
  • 경기신문
  • 승인 2017.01.22 19:38
  • 댓글 0
  •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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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황 한국문인협회 가평군지부장

며칠간 추위가 맹위를 떨친다. 그러고 보니 대한 추위인가보다. 포근한 겨울이라 안심을 했더니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겨울이란 이름값을 할 모양이다. 예년에 보면 소한 추위가 대한 추위보다 더욱 거칠어서 흔한 이야기로 대한이가 동생 소한이네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거니 소한 추위에는 얼어 죽은 사람이 있어도 대한 추위에는 얼어 죽은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겨울 추위를 이겨내라고 어른들이 해주시던 말씀이 기억이 난다. 그러나 올겨울은 소한이가 형 대한이로부터 한수 배우는 그런 겨울나기인 것 같다.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다 별안간 강추위가 와서 그런지 주변에 감기 환자가 많이 눈에 띈다. 우리 집에도 엊그제부터 아버지가 감기로 인해서 힘들어 하신다. 기침이 심해져 숨쉬기조차 불편해 하신다. 아무래도 병원에 모시고 가야겠다 싶어 말씀을 드리고 용하다는 동네 의원으로 모시고 갔다.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일찍 오신 분들이 여러분 있는데 대부분이 노인 분들이시다. 언제나 그렇지만 특히 추위에는 연로하신 분들이 더 힘든 계절인 듯 싶다. 한참을 기다려 차례가 왔다. 평소 알고 지내는 원장님이라 아버지를 모시고 진료실로 들어가니 반갑게 인사를 건네온다.

문진과 더불어 청진기를 가슴과 등 여기저기 대어 보면서 숨을 크게 쉬어보시라 한다. 한참을 살펴 진찰 후 원장님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평소에도 워낙 건강하시고 건강관리에 철저하신 분이라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도 부모님 특히 아버님 건강에 관해서는 염려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부담감 없이 듣고 있었다. 그런데 원장님의 설명 중에 가슴이 철렁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무래도 폐렴으로 진행될 듯 싶으니 오늘 치료하고 내일 아침에 다시 와서 진찰을 해보고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견서를 써줄테니 큰 병원으로 가보란다. 대답은 그러마 하고 진료실을 나서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 원장님은 아버지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고 설명을 해주면서 이곳에서 며칠만 치료하면 될 것 같다며 어제와 같은 처방으로 내려주신다. 수액주사는 시간이 한참 걸리기에 주사를 맞는 동안에 처방전을 받아 근처 약국으로 갔다. 약국에도 대기하는 손님이 여럿 있었다. 순서를 기다려 처방전을 약사에게 건네고 조제하는 동안 여러 생각을 하였다.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몇 번 다녀 보았지만 이번처럼 걱정을 해본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건강한 부모님 덕분에 큰 걱정 없이 잘 살아온 것에 대한 감사함이 밀려오며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나 카톡으로 떠돌던 늙은 부모의 한탄이 나 자신을 더욱 부끄럽게 한다.

애완동물 병이나면 가축병원 달려가고/ 늙은부모 병이나면 그러려니 태연하고// 열자식을 키운부모 하나같이 키웠건만/ 열자식은 한부모를 귀찮스레 여겨지네// 자식위해 쓰는돈은 아낌없이 쓰건만은/ 부모위해 쓰는돈은 하나둘씩 따져보네// 자식들의 손을잡고 외식함은 잦건만은/ 늙은부모 위해서는 외출한번 못하도다// 시끄러운 아이소리 잘한다고 손뼉치며/ 늙은부모 회심소리 듣기싫어 빈정되네// 제자식의 똥오줌은 맨손으로 주무르나/ 늙은부모 기침가래 불결해서 밥못먹고// 과자봉지 들고와서 아이손에 쥐어주나/ 부모위해 고기한근 사올줄을 모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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