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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전통시장을 찾아서

 

전통시장을 찾았다. 설 명절을 앞둔 터라 전통시장도 후끈하다. 점포마다 명절 특수를 보기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평소에는 썰렁하던 시장골목이 꽤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주차공간도 확보되고 서비스도 많이 개선되었다.

어수선하던 거리도 정비작업을 해서 시장보기도 한결 수월하다. 전통시장에서는 사람냄새가 난다. 반갑게 맞아주는 단골이 있어 좋고 오랜만에 왔으니 많이 준다며 한 줌 더 얹어주는 덤이 있어 즐겁다. 공갈빵을 굽는 여인의 걸죽한 입담이 공갈처럼 부풀기도 하고 순간 푹 꺼지기도 한다. 달달한 공갈을 매일 굽는 여인 옆에 호떡이 있고 그 옆에 어묵과 도넛 등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골목이다.

호떡 몇 개, 어묵에 순대 한 접시 그리고 공갈빵 몇 개 사서 들고 다니며 먹으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고 든든하다. 일행이 있으면 순대국밥에 소주 한 잔이면 더 말할 것도 없이 행복하다.

생선가게에 들렀다. 꼬막이며 몇 가지 사려고 들렀더니 여인의 얼굴이 푸석하고 목이 잔뜩 쉬어 목소리가 불편하다. 감기냐고 물었더니 어제 친정어머니 초상을 치렀다고 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제 어머니를 먼 나라로 보내고 먹고 살겠다고 돈을 벌고 있는 자신이 밉지만 대목 때라 가게를 비울 수 없다고 했다.

오늘 장사하고 내일은 삼우제 지내러 간다고 말하는 여인의 볼에 눈물이 흘렀다. 어머니가 한 달 전부터 아프다고 했는데 약 드시면 괜찮다고 해서 정말 괜찮은지 알고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 종일 손님상대하고 나면 피곤하기도 하고 아이들 뒤치다꺼리며 이런 저런 집안일로 무심했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 몰랐다고 한다.

평소 자식 걱정이 많아서 당신 몸이 아파도, 생활이 궁핍해도 내색하지 않는 분인줄 알면서도 그러려니 한 자신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어디 그 말이 그녀만의 말이겠는가. 살다보면 부모보다는 자식을 먼저 챙기고 이런저런 이유로 부모에게는 소홀하기 일쑤다.

맞벌이에 자식교육 등을 핑계를 대면서 생신이나 명절 등 이름 붙여진 날이나 부모를 찾아뵙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무엇보다 내 부모님은 오래 사실 거라는 기대감이 안일을 불러오는 줄도 모르겠다. 그녀의 눈물이 이 땅의 딸들의 눈물일 수도 있겠다 싶어 나도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자신은 평생 후회하면서 살 거 같다며 살아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전화라도 하고 보살펴드리라는 당부 또한 잊지 않았다.

며칠 있으면 명절이다. 부모형제를 찾아 고향으로 대 이동을 시작하겠지만 형편이 어려워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웃도 있을 것이고 독거노인도 주변에 있을 것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떡국이라도 한 그릇 나눌 수 있는 명절이길 바란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그만큼의 사연은 있겠지만 전통시장은 특히 더 많은 사연이 있다. 시장바닥에 신문 깔고 장사 시작해서 빌딩 주인이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모에게 물려받은 점포마저 사기당하고 남의 집 일을 하는 사람까지 각양각색의 사연이 모여 시장의 활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세상이 팍팍하고 물가는 치솟아 살기가 힘들어도 전통시장은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올 명절에 대형마트보다는 전통시장을 찾아 제수준비하면 조금이나마 어려운 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행복한 명절이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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