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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대통령 되면 좋을 후보는?

 

설 연휴동안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은 정담(情談)을 나누며 나라 걱정도 많이 했다. 탄핵 정국으로 나라가 요동치고 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국우선주의가 나라 경제에 위협을 주는데다 북핵문제 등으로 우리가 처한 상황은 심각하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다면 4월 중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3개월이다. 그런데도 아직 어떤 사람이 대통령에 적합할지 오리무중이다. 설 민심이 대통령 당선을 좌우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게 올해는 유독 관심 밖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TV를 켜기만 하면 떠들어대는 온갖 억측과 추측, 그리고 보수와 진보의 지리한 싸움에 국민들이 식상해서일까?

지난 대선을 앞둔 때의 민심은 이렇지는 않았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감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는 무려 60%를 넘어섰다. 앞선 제18대 때만 해도 이명박 후보의 긍정적 평가도 50%는 훨씬 넘었다. 그러나 이들을 지지했던 국민들은 지금에 와서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만큼 대통령에 대해 실망해서일까. 난립한 후보군들에 대한 평가가 이번처럼 인색해진 이유는 작금에 처한 정치적 상황도 있겠지만 후보 스스로가 처절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서울시장직에 전념하겠다고 한 것도 다 이같은 이유에서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대권에 눈이 어두웠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서울시로 돌아간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잠룡들은 넘쳐난다. 가장 최근의 차기 대선후보지지율은 문재인 32.8%, 반기문 15.4%, 이재명 9.5%, 안철수 7.9%, 안희정 6.4%의 순이다. 지난달 2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차기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문재인 전 대표가 32.8%의 지지율로 1위다. 지난해 12월27~28일 조사 때보다 7.6%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문 전 대표 자신도 언급했듯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가져다준 반사이익일 수도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5.4%로, 문재인 전 대표와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졌다. 기대했던 것보다 대통령으로서의 상품가치(?)를 아직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는 결과다. 3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도 언제까지 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나머지 후보들은 지지율이 크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문 전 대표의 이같은 콘크리트 지지율이 끝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 16대 대선(2002년)에서 노무현 후보의 9월 지지율은 이회창 한나라당, 정몽준 무소속 후보에 뒤진 3위였다. 그로부터 석달 뒤 노 후보와 정 후보의 단일화로 실제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48.9%를 얻어 46.5%를 얻은 이 후보에 대역전승을 거둔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남은 기간이 문제다. 현재의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느냐, 아니면 토네이도 같은 태풍이 불어 판세가 뒤집힐 것이냐 하는 것은 설명절을 지낸 이후 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는 살아움직이는 것이어서 부는 바람에 따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 이번 대선은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고 국민들은 무관심하게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역대 대통령을 뽑는 과정에서 학습 효과를 경험했기에 더 신중하게 ‘마음속의 대통령’을 정해야 한다.

‘모시 고르려다 삼베 고른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의 후보군 중에는 ‘모시’는 없는 듯하다. 그러나 삼베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야 한다. 좋은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는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정도로 국민들의 정치수준은 높아져 있다. 좋은 대통령을 뽑기 위해 국민들은 처절하게 후보들을 살펴야 한다. 요크스-다드슨의 법칙에 의하면 면접시험 때 입을 옷이나 비싼 제품을 구매할 때처럼 중요한 구매일수록 의사 결정시의 긴장감 때문에 오히려 선택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할 때 정보와 생각이 너무 많으면 하찮은 정보에 집착해 잘못 판단하기 쉽다는 뜻이다. 훗날 지금처럼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를 덜 할 대통령감을 곰곰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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