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입춘 선물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 했다. 누군가 앞에 서주면 내 스스로가 든든한 체대가 되어보겠다 생각을 했지만 앞에서 끌고 가야 하는 입장을 당분간은 지속하게 되었다. 이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회원들에게 도움을 요청 넘어지지 않게 잡아 달라하고 때론 밀어달라며 조심조심 성심껏 앞에서 끌고 가는 모습으로 가야겠다. 그러다보면 차선의 선택이 최선 못지않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아침부터 일손이 제대로 잡이지 않는다. 오후에 있을 총회가 무척 신경이 쓰였다. 시간이 되니 반가운 분들이 한 분 두 분 모이기 시작한다. 설 지나고 첫 모임이라 자연스레 새해 인사를 건넨다. 많이 기다린 총회 날이었다. 서툴지만 나름 준비도 많이 했다. 지부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어 회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등 묘안을 짜 보았지만 총회의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지역 문학 단체인 가평문인협회를 위해서는 내가 앞에서 끌고 가기보다는 누군가가 앞에 서주고 나 같은 사람은 옆에서 보좌를 해주는 것이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나 나 자신을 위해서나 좋겠다는 생각에 노력을 해봤지만 생각대로 안 되었다. 그간 열심히 참여 해 오신 분을 차기 지부장으로 마음에 두고 노력을 했으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어젯밤에 회원들에게 문자로 이해와 동의를 구했던 부분이 화를 부른 것 같다. 마음에 두었던 그분은 자리가 무척이나 부담스럽게 느꼈는지 아예 총회 장소에 나타나지를 않고 사정상 참석을 못한다는 메시지만을 보내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전개 되고 다시금 2년 동안 중책을 맡아가야만 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이번 총회를 마치며 또다시 느껴보는 일이지만 사람의 일이란 참 묘하다. 속된 말로 죽으란 법은 없는가 보다. 단체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해야 하는 사무국장이 공석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선뜻 그 일을 맡아 주시겠다는 분이 있으니 말이다.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몇 년 전에 우리 지역이 인연이 되어 오신 분으로 목회 활동에 여념이 없으신 작가분이라 회원으로 참여해주는 것만으로도 늘 고마움을 가졌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동네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이룩한 재작년 성전 봉헌예배에 참여를 해봤기에 그의 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분이 자발적으로 사무국장을 맡아 주겠다니 회원 모두가 환영일색이었다. 업무적인 면에서는 한시름 덜어도 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우리 단체 발전이 기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총회의 임하는 회원 분들의 모습에서도 새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가평문협도 비상의 날개를 펼칠 때가 온 듯 한 생각이 든다. 늘 해오던 생각이지만 바쁜 사람이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면서 더욱 열심히 사는 구조 이런 현상을 사회학자들은 어떻게 설명을 할지 궁금해진다.

오늘은 봄으로 들어선다는 입춘이었고 한낮의 태양은 무척이나 포근한 날씨였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이 오늘 만큼은 최고의 인사말이 되었다. 내게도 ‘立春大吉 建陽多慶’이란 문구를 넣은 그럴듯한 이미지를 친구로부터 받았다. 어수선한 시국으로 쌀쌀하게 보낸 겨울이니 새롭게 맞이하는 새봄은 나라나 개인이나 모두에게 행복한 봄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立春大吉 建陽多慶’이란 말 그대로 좋은 기운을 몰고 온 뜻 깊은 하루였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