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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 쌓인 모습 팬케이크 같죠?

이한숙 작가의 감성여행기-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서해 위치한 푸나카이키로 이동
해안가 따라 펼쳐지는 광경 장관

도로 또한 자연 살리려 굽이굽이
사람들도 기꺼이 번거로움 수용

푸나카이키 도착하니 제법 쌀쌀
팬케이크 같은 모양의 석회암층
바다 파도와 함께 명장면 연출

오랜시간 견딘 자연모습에 숙연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그레이마우스를 떠나 푸나카이키(Punakaiki)로 향했다. 푸나카이키는 뉴질랜드 남섬의 웨스트코스트 지방 불러 구(Buller District)에 있는 작은 마을로, 웨스트포트와 그레이마우스 사이, 그리고 파파로아 국립공원의 가장자리에 있다.




 

 

 

■ 뉴질랜드 남섬 지도

특히 마을의 남쪽 돌로미티 포인트에 있는 ‘팬케이크 바위(pancake rocks)’는 인기 있는 관광 명소다. 팬케익 바위는 거대한 침식된 석회암 지역으로 만조 때 세로로 된 구멍바위들을 통해 바닷물이 뿜으면서 들어온다. 바닷생물의 침전물로 단단한 석회암과 부드러운 사암이 층층이 형성되면서 거대한 압력으로 생성된 ‘팬케이크’ 모양의 석회석이 만들어 진 것. 뿐만 아니라 블로우홀(blowhole) 역시 푸나카이키에서 꼭 봐야할 볼거리다.

설레는 마음으로 목적지로 향하는 길. 오른편으로는 울창한 바위산이 스치고 지나가고 왼편으로는 탁트인 타스만 해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타스만해는 1642년 뉴질랜드를 발견한 네덜란드 항해사 아벨 타스만을 딴 이름이다.

쉴새없이 다가와 부서지는 타스만해의 파도가 아름답다.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천천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길이 장관이다. 캠퍼밴 뒷 좌석에 앉아 따라오는 2호차를 보고있다. 한 구비 돌면 차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한 구비 돌면 다시 시야에 들어온다. 이런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지형을 그대로 살려 만든 S자길 덕분이다.

 

 

 

“우리는 꺾여있는 길을 직선으로 만들고 좁은 도로를 넓게 만든다. 최근에 만드는 지방도로들은 고속도로를 방불케 한다. 작은 나라를 가만두지 않고 계속 파헤친다. 창조주가 만들어주신대로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관광적으로도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는 걸 알진대, 제주도처럼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려두어야할 좋은 곳을 아무데나 뻥뻥 길을 뚫어버리니 안타깝다. 제주도에 관광객이 오면 넓은 길로 반나절만에 달리고 아침에 와서 오후에 가버릴 것이다. 아무런 추억도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라는 ‘허영만과 함께하는 힐링 캠핑’ 한구절이 떠오르는 절경이다.

구불거리는 길은 일직선 길과는 매우 다른 감흥을 준다. 뉴질랜드 여행 내내 고속도로는 거의 만나지 못했다. 우리가 주로 이용한 1번, 6번, 8번 도로는 남섬의 중심도로들이지만 끝까지 왕복 2차선이었고 넓은 평원을 제외하고는 자연을 그대로 살린 곡선 도로들이었다. 큰도시 주변에나 가야 4차선 도로를, 그것도 짧은

 

 

구간만 볼 수 있었다. 호머터널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터널도 전혀 보지 못했다. 2차선 도로와 연결된 다리들도 여러번 지났는데 모두 1차선이었다. 신호에 따라 순서를 기다렸다 이동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모든 차량이 견디고 있었다. 심지어는 철로가 겹친 다리도 있었다. 운행 편수가 많지 않은 화물차를 위한 것이고 교통량이 적은 구간에서 다리 건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어쩐지 아슬아슬한 기분이었다. 이런 경우 견딘다는 말은 그들의 언어는 아닐 것이다. 우리와 다른 배경과 교육을 받은 그들에게는 이런 불편이 견뎌야할 힘든 일이 아니고 그냥 당연하고 평범한 일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에서라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된다.

관목과 넝쿨로 뒤얽힌 험준한 바위 산 사이로 차가 접어든다. 이제는 캠퍼밴 대신 바다와의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산 모통이를 돌면 바다가 얼굴을 내밀고 다시 돌면 사라진다. 다시 계속 바다다. 그레이마우스를 떠나 북쪽으로 달린지 40여분 만에 ‘팬케익락스&블로우홀’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제법 쌀쌀했다. 사람들은 모두 공원 쪽이 아닌 카페 쪽으로 향했다. 화장실과 커피 한 잔이 그립던 차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그리로 향한 것. 마오리족 장신구와 액세서리, 기념품 가게를 겸한 카페 안쪽의 거실처럼 아늑한 공간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서야 일어나 공원으로 간다.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와 이색적인 식물들이 가득한 공원, 그리고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팬케익 바위들이 함께 공존하는 신기한 곳이 이곳 푸나카이키다. 여러 개의 구불구불한 보도와 암석 사이 사이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통과하면서 대자연의 신비를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게 잘 설계돼 있다.
 

 

 


켜켜히 슬라이스한 돌판을 얹은 것 같은 팬케익 모양의 바위들(팬케익락스)은 오랜 기간 석회암이 침식돼 만들어진 것이다. 세로로 거대하게 뚫린 구멍 바위 사이로 바닷물이 밀려와 거칠게 하얀 파도로 솟구치는 블로우홀의 명장면은 보지 못했다. 만조 때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전 시간에도 바위 아래로 바닷물이 드나들며 만들어내는 포말은 충분히 멋있었다. 우리가 기억해낼 수 없는 먼 옛날부터 지구는 이렇게 생존을 위한 자기 몸살을 앓아온 것이다. 그냥 거기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푸나카이키는 모든 것은 어떤 원인의 결과로 거기에 있다는 것을 내게 알려줬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완성태가 아니다.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오랜 세월 동안 변동을 거쳐온 결과물이자 그 변동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오늘도 진행형인 것이다.
 

 

 


공원에서 나와 ‘팬케익락스 카페’라고 간판을 단 가게에 들어갔다. 그 곳에서 팬케익락스 모양을 본떠 세겹으로 포갠 팬케익을 먹었다. 카페벽에 붙여진 홍보 포스터 문구처럼 ‘팬케익락스에서 먹는 팬케익 락’이었던 셈인데 부드러운 버터와 수제 산딸기잼이 곁들여져서 맛이 일품이다. <계속>



/정리=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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