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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머~ 하고 송아지를 부르는 모양도 좋고, 우두커니 서서 꼬리를 휘휘 둘러 파리야 달아나거라 내 꼬리에 맞아 죽지는 말아라 하는 모양도 인자하고, 외양간에 홀로 누워서 밤새도록 슬금슬금 새김질을 하는 양은 성인이 천하사를 근심하는 듯하여 좋고, 장난꾼 아이놈의 손에 고삐를 끌리어서 순순히 걸어가는 모양이 예수처럼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것 같아서 거룩하고….” 춘원 이광수의 우덕송(牛德頌)이다.

고대부터 제(祭)를 위해 사육되던 ‘소’,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가족과 다름없는 동물이다. 굳이 조선시대 선농제(先農祭)의 먹거리 ‘설렁탕’의 주인공임을 거론치 않아도 죽어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다 주고, 살아선 농사의 대들보 역할을 해서 더욱 그렇다.

예부터 나라에서도 소를 매우 중요시 여겼다. 신라시대에는 우경(牛耕)을 장려했고, 고구려에서는 소 도살을 금지하는 보호령이 제정되기도 했다. 고려시대에는 둔전우, 조선시대에는 가축서를 설치할 정도로 소에 관한 정책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영농이 기계화되면서 소의 가치가 과거보다 떨어지긴 했지만 지금도 한우는 재산가치로, 먹거리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잘 알려졌듯이 소는 대표적 순한 동물이다. 또 덩치는 크지만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겁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눈물도 많다고 한다. 어쩌다 화들짝 놀라면 눈물을 흘리기 일쑤인데, 동물학자들은 이를 두고 “놀라 긴장하거나 환경이 바뀌면 생리적으로 눈물샘이 터지는 것”이라 말한다. 이를 보면 소도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소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소가 지난해부터 부쩍 눈물을 더 흘리고 있다. 김영란법 여파로 인기와 몸값이 떨어진 데다 요즘은 목숨까지 앗아가는 구제역이 전국 곳곳에서 창궐해서다. 지금까지 경기도 연천,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 등 5곳에서 발생, 1000여 마리를 매몰했지만 확산일로여서 353만 마리를 매몰한 2010년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걱정이다. 초동대처를 못한 정부의 무능을 원망하며, 눈물을 흘리는 자식 같은 소를 묻는 축산농가의 아픔, 아마도 함께 흘리는 그 눈물은 피눈물과 다름없을 것이다. 안타깝고 화가 난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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