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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별안간 추워진 날씨에 두툼한 점퍼를 입고 나섰다. 입춘도 지나 오늘이 우수인데 오늘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를 알린다. 입춘 추위 소리는 들어봤어도 우수 추위란 말은 못 들어봤는데 올해는 우수에 녹아내리던 대동강 물까지 도리어 꽁꽁 얼어버릴 것만 같다. 가평신협 총회 장소인 조종고등학교 근처에 오니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선 것이 멀찌감치 떨어진 한적한 골목길에 주차하고 걸어온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문을 들어서니 넓은 운동장엔 주차된 자동차로 가득하고 회의 장소인 대강당 앞에는 입장을 위하여 조합원들이 길게 두 줄로 늘어서있다. 신분 확인을 거쳐 입장을 하니 많은 분들이 벌써 와있었다.

행사장 무대 위쪽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니 제34차 정기총회, 창립36주년이라고 쓰여 있다. 행사 진행을 위해 미리 나누어 준 유인물을 보니 1981년 2월에 발기인 15명으로 시작했고 그 당시 출자금은 3만4천원으로 현리 천주교회에서 설립된 것으로 되어있다. 전면 한쪽에 걸려있는 12년 연속 최우수, 우수 조합 선정이라는 현수막 문구는 그동안에 어려움을 딛고 자산 700억이 넘는 건실한 신협으로 발전해온 역사를 말해주는 것으로 조합원이나 임직원들의 많은 노고와 사랑이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더구나 오늘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정년퇴임을 알리는 전무가 36년을 근속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분이 이곳 가평신협의 산증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감사패를 받을 때는 손바닥이 아프도록 아낌없이 박수를 쳤다.

사실 신협은 내게도 따듯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고향으로 내려오기 전 서울에서 한창 뛰어다니던 시절에 인연이 되어 많이 이용했고 더불어 임원으로 다년간 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내게는 신협이 생경한 곳이 아니고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옛 친구와 같은 그런 존재라 할 수 있다.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동분서주하던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오늘의 총회 장소는 내게 과거에 열심히 살았던 풋풋한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지금처럼 금융기관이 많지 않았고 은행 문턱이 한없이 높았던 시절에 신협이란 목마른 자에게 감로수였으며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에서 절망하던 사람에게는 한줄기 생명의 빛이었다. 우리나라 신협의 역사는 1960년 천주교 신도를 중심으로 한 성가신협이 시초였으며 그 후 천주교와 개신교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번져갔다.

가평신협의 위상도 예전과 다르게 많이 올라선 듯 하다. 중앙신협의 관계자는 물론 지역의 내로라하는 많은 인물들이 내빈으로 참석하였고 지역 신문도 열심히 취재를 하는 것을 보니 지역 발전과 변화의 한축으로 우뚝 서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합원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부대사업이 지역의 문화 예술단체와 협력으로 이루어지면 신협 홍보에도, 문화 예술의 저변 확대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지역 이미지 제고에도 많은 보탬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욕심을 낸다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꿈꾸는 지역 젊은이들 중 선발을 통해 엔젤자금의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어쩌면 신협 운동이야말로 이 나라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총회를 마치고 들고 나오는 카탈로그 하단에 ‘대한민국 희망금융 신용협동조합’이란 문구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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