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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IN]어떤 복지국가를 만들어 갈 것인가?

 

탄핵정국의 시계가 빨라지면서 벚꽃 대선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대선주자들의 행보는 언론과 국민의 주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대선이라는 큰 정치적 국면에서 다시 한번 복지는 단골 메뉴처럼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합리적인 정책수립의 과정을 거쳐 실행되기 보다는 선언적인 정치적인 구호를 통해 확대되어 왔다. 그간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이번 대선 또한 복지국가를 향한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복지’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보아야 한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을 도와주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지,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되어야할 것인지. 현재 우리나라에서 여기저기 터지고 있는 사회적 위기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저출산 고령화, 실업률, 자살률 등의 사회문제는 지원금을 얼마 더 주고,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몇 회 더 한다고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다.

특히 높은 자살률은 우리나라의 위기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이다. 벌써 10년간 OECD 국가 중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관련 법을 제정하고, 자살예방센터를 비롯한 많은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여 예산지원을 하고 있지만 실제 자살율의 변화는 매우 미비하다. 이는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서 사회·경제적 요인의 중요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살시도자의 80%가 우울증을 거쳐서 자살에 이른다는 인식 하에 정신건강 상담, 자살 시도자에 대한 응급진료, 우울증 조기발견 등 정신의학적 측면의 대책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정작 자살의 사회경제적 요인을 감안한 다양한 사회적 지지 체계의 마련에는 미흡하였다.

자살시도자들이 죽음 외에는 삶의 선택이 없는 절박한 삶의 조건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능하다. OECD 노인 빈곤율 1위와 자살율 1위, 수능을 전후한 청소년 자살자의 급증, 최근 실업률과 더불어 증가하고 있는 20·30대 남성의 자살률. 이러한 지표들은 자살이 사회적 조건과 매우 밀접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을 인공호흡으로 살려놓는다고 해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소위 보수나 진보 모두가 ‘복지’를 주장한다. 그렇지만 복지의 모양새는 조금씩 다르다. 복지가 인공호흡처럼 위기를 넘기고 버티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것인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기본 조건이 될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특히 후자가 되기 위해서는 복지가 고용, 주거, 의료, 교육 등 전반적인 사회구조와 연결되고 통합되어야 한다. 탈빈곤 정책이 단지 수급비를 얼마 올려줄 것이냐 뿐만 아니라 고용촉진, 주거지원, 의료보장 등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복지를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도 중요한 지점이다. 누구나 복지 확대를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어떤 재원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호한 말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세재 개혁을 이야기하지 않고, 복지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재료 없이 집을 짓겠다는 것과 같다. 이전 정부에서 화려하게 제시되었던 복지 공약들이 재원 부족에 부딪혀 축소, 폐지, 왜곡되었던 경험을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은 국민들이 오히려 복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거나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만드는 데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제는 어떤 복지를, 어떤 재원으로 할 것인지 꼼꼼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공약으로 복지 정책을 무분별하게 던지기보다, 어떠한 복지국가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결국 복지는 국민적인 합의, 즉 함께 기여하고 함께 누리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의식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는 북유럽 국가들이 고부담 고복지 모델을 지켜나가고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실제 저자가 북유럽을 방문했을 때,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내고도 불만이 없는지 궁금했었다. 대답은 명료했다. 복지제도가 탄탄히 구축되어 있는 북유럽에서는 나를 길러주고, 교육시키고, 치료해주고, 돌봐준 사회에 나도 기여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복지국가를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선이 이러한 논의를 사회적으로 촉발시킬 수 있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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