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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고독한 혼밥족

직장인 중 점심시간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혼자 먹어야 할 때는 더하다. 하지만 ‘나홀로족(族)’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점심뿐만이 아니라 삼시세끼를 혼자 해결해야 하는 괴로움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른바 ‘밥 친구’를 찾는 일도 흔해졌다. 특히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식사 때 밥만 먹고 헤어지는 밥 친구를 구한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심지어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고 점심 친구를 대행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그런데도 혼술, 혼밥에 이어 혼커(혼자서 커피 마시기), 혼캠(혼자서 캠핑하기), 혼여(혼자 하는 여행) 같은 신조어는 이제 새롭지도 않다. 1인 가구가 500만 명을 넘어선 데다 개인화 조류로 인해 식당의 혼밥 전용부스는 필수가 됐고 이들을 위한 개별 테이블과 1인용 식당도 늘고 있다. 아직은 햄버거나 분식, 중식이 대부분이지만 메뉴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곧 스테이크와 직화구이 고기가 1인 메뉴로 등장할 모양이다. 혼자 밥 먹고 술 마시는 것을 어색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더 이상한 세상으로 변한 것이다.

열흘 전 혼밥족의 우상(?)으로 알려진 일본 만화 “고독한 미식가”의 저자 ‘다니구치 지로’가 사망한 이후 혼밥의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고독한 미식가는 수입 잡화점을 운영하는 중년 남성 ‘이노가시라 고로’가 일본 각지의 음식점을 찾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식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만화다. 주인공은 결혼도 하지 않고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으며 ‘혼밥’을 즐기는 ‘컬트적’ 음식 기행을 즐긴다. 지난 2007년 출간된 이 만화는 주인공이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고 해서 삶에 지친 일본인들 사이에서 ‘혼밥·혼술’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일본·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번역 소개된 이 작품은 2012년 일본 TV드라마로도 제작돼 6년째 방영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인기가 높다.

혼자지만 편하고 여유 있게 즐기는 음식을 더 선호하는 풍조, 핵가족화와 외톨이 세대가 만들어낸 새 풍속도임은 분명하다. 다만 오순도순 함께 하는 ‘밥상머리’ 정(情)의 가치가 쇠락하는 것 같아 한편으론 왠지 씁쓸하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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