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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그린마일4 -달팽이

그린마일4 -달팽이

/이귀영



어떤 일상의 일상

늘 마지막 날 늘 최고의 날 눈이 가는 만큼

누구의 구둣발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순간을 지고 산다.



천년의 무게를 지고 풀잎에 잠깐 풀칼에 잠깐 멈추어

속살로 산다. 지구 뒤에 쇼생크 감옥 장기수들처럼

나는 결백하다고 말하지 않겠다.



어떤 비오는 날, 어떤 개화, 어떤 눈물, 어떤 만남……

어떤 모든 순간은 이별의 절정

나는 천천히 천천히 속살을 다 끄집어내어

모든 은유를 핥으며 흔적을 지우며 간다.

- 이귀영 시집 ‘그린마일’ / 한국문연

 

 

 

영화제목이기도 한 ‘그린 마일’의 어원은 ‘라스트 마일’이다. ‘사형수가 사형집행을 받기 위해 걸어가는 마지막 길’을 의미한다. 느린 동작과 연계되는 위험을 생각하면 달팽이의 삶이란 사형수의 그것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모든 목숨이란 달팽이와 같은 순간성이라 하겠다. 그러니 살아있다는 것은 ‘이별의 절정’이라는 은유를 획득한다. 꽃이 피는 것, 눈물 흘리는 것, 설레거나 피하고픈 어떤 만남까지도 이별을 위한 절정이라 생각해 보자. 형언할 수 없는 소중한 의미가 부여된다. 언제 닥칠지 모를 이별이라는 삶. 고통스런 현재조차도 아름다운 이름으로 미소 짓는다.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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