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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먹은 칼국수가 자꾸 물을 찾는다. 수제비와 칼국수를 함께 넣고 끓여주는데 이름하여 칼제비다. 겉절이와 곁들여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가격이 저렴하고 양도 충분해서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묵은 김치만 먹다가 겉절이가 입에서 당겨 먹다보니 짰나보다. 물을 몇 컵씩 들이켜도 갈증이 난다. 나이 들면서 가급적 싱겁게 먹으려 노력하고 음식의 간도 조금은 약하게 한다. 짭짤하고 칼칼한 음식 좋아하는 가족들의 불만도 많지만 서서히 길들여지다 보면 입맛도 변하지 않을까 싶어 고집을 피우고 있다.

시장에 나가보면 제철음식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모든 것이 풍요롭다. 냉이며 마늘잎 달래까지 싱싱한 야채를 좌판이며 상점 어디든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 자랄 때는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양지바른 텃밭에서 캐온 봄동을 조물조물 무쳐서 밥상에 올리기도 하고 언 땅을 비집고 올라서는 미나리를 뿌리째 캐서 먹으면 그 향기 일품이었는데 지금은 직접 들에 나가 나물을 뜯기도 어렵지만 그 맛을 찾을 수가 없다.

먹을거리가 흔해진 까닭도 있겠지만 인스턴트와 기성의 맛에 길들여진 입맛 때문이기도 하다. 입맛도 그럴진데 사람살이라고 다르겠는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문명 속에서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쉽게 살려고 하다 보니 이런저런 부작용도 따른다.

불량 식자재나 유통기간이 지난 재료 그리고 원산지를 속여가며 부당이득을 취하는 업체가 고발되거나 단속되는 것을 언론을 통해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먹을거리로 국민을 우롱하고 장난을 치는 사람은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곤 하는데 제대로 개선이 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외식문화가 발달할수록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나 그 음식을 애용하는 사람이나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 얼마 전 한 식당에서의 다툼을 보았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사람이 복통을 일으켰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십 대 남녀 여섯 명이 함께 닭볶음탕을 먹었는데 그중 한사람이 복통을 동반한 설사가 나서 병원에 입원했다며 치료비와 위자료를 요구했다. 식당 주인은 자기네 음식은 그럴 일이 없다며 아직 그런 일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재료나 위생 면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다른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자 일행 중 한 젊은이가 화를 내면서 인터넷에 올리겠다며 반박을 했다.

주인은 거듭 사과를 했고 식당이 가입한 음식물 보험을 통해서 보상해주고 위자료를 챙겨주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보면서 어느 쪽이 문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씁쓸했다. 여섯 명 중 한 사람만 복통이 왔고 그것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에 주인은 억울해 했지만 식당이 상대적 약자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도 정직하고 바른 자세로 손님을 대해야겠지만 그 음식을 먹는 사람 또한 예의가 필요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물 한 컵을 벌꺽벌꺽 마신다.

몸이 원하는 갈증이야 물을 먹으면 되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만 이웃 혹은 사회적인 갈증은 서로의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사막의 오아시스가 되면 더 없이 좋겠지만 세상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울수록 목마른 자에게 물 한 모금 나눌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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