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널배

/이지엽

남들은 나무라는데

내겐 이게 밥그륵이여

다섯 남매 갈치고

어엿하게 제금냈으니

참말로

귀한 그륵이제

김 모락 나는

다순 그륵!



너른 바다 날 부르면

쏜살같이 달리구만이

무릎 하나 판에 올려 개펄을 밀다 보면

팔다리 쑤시던 것도 말끔하게 없어져



열일곱에 시작했으니 칠십 년 넘게 탄 거여

징그러워도 인자는 서운해서 그만 못 둬

아 그려, 영감 없어도 이것땜시 외롭잖여



꼬막만큼 졸깃하고 낙지처럼 늘러붙는

맨드란 살결 아닌겨

죽거든 같이 묻어줘



인자는

이게 내 삭신이고

피붙이랑게

 

 

 

달이 바다를 당겼다 놓았다 하고, 바다는 나가며 들오며 뻘을 기르고, 뻘은 제 즙을 먹여 꼬막을 키워낸다. 꼬막은 다섯 남매를 갈치고 제금 내고 늙은 삭신까지 치료해 준다. 그러므로 늙은 어메가 캐는 것은 꼬막이 아니라 흑진주일 터이다. 달과 바다와 뻘과 흑진주에게 감사를 바치지 않을 수 없는 어메는 무릎을 굽혀 엎드린 채 널배를 타고 뻘바다를 헤엄치는 것이니, 이 어메 또한 뻘바다의 또 다른 진주임이 분명할 터. 간간하고 쫄깃하고 배릿한 어메꼬막들로 인해 세상은 그나마 짭조름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닐는지. 삶이라는 뻘 속을 헤엄치고 있는 그대, 지금 어떤 뻘밭에서 어떤 널배를 젓고 있는가. /서춘자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