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배
/이지엽
남들은 나무라는데
내겐 이게 밥그륵이여
다섯 남매 갈치고
어엿하게 제금냈으니
참말로
귀한 그륵이제
김 모락 나는
다순 그륵!
너른 바다 날 부르면
쏜살같이 달리구만이
무릎 하나 판에 올려 개펄을 밀다 보면
팔다리 쑤시던 것도 말끔하게 없어져
열일곱에 시작했으니 칠십 년 넘게 탄 거여
징그러워도 인자는 서운해서 그만 못 둬
아 그려, 영감 없어도 이것땜시 외롭잖여
꼬막만큼 졸깃하고 낙지처럼 늘러붙는
맨드란 살결 아닌겨
죽거든 같이 묻어줘
인자는
이게 내 삭신이고
피붙이랑게
달이 바다를 당겼다 놓았다 하고, 바다는 나가며 들오며 뻘을 기르고, 뻘은 제 즙을 먹여 꼬막을 키워낸다. 꼬막은 다섯 남매를 갈치고 제금 내고 늙은 삭신까지 치료해 준다. 그러므로 늙은 어메가 캐는 것은 꼬막이 아니라 흑진주일 터이다. 달과 바다와 뻘과 흑진주에게 감사를 바치지 않을 수 없는 어메는 무릎을 굽혀 엎드린 채 널배를 타고 뻘바다를 헤엄치는 것이니, 이 어메 또한 뻘바다의 또 다른 진주임이 분명할 터. 간간하고 쫄깃하고 배릿한 어메꼬막들로 인해 세상은 그나마 짭조름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닐는지. 삶이라는 뻘 속을 헤엄치고 있는 그대, 지금 어떤 뻘밭에서 어떤 널배를 젓고 있는가. /서춘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