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역사 속 26명 명사들 식탁 엿보기

바흐·제인오스틴·찰스 디킨스 등
음식에 담긴 이야기 흥미로워

 

바로크 음악의 대가이자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사랑한 것은 이교도인 이슬람의 음료인 커피였다. 이슬람의 땅에서 태어나 유럽까지 건너온 커피는 수많은 권력자들과 예술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수많은 교회음악과 칸타타 등 종교음악을 만든 바흐 역시 커피의 매력에 빠졌다. 바흐의 커피 사랑은 ‘커피 칸타타’를 작곡한 데서 드러난다. 커피를 사랑하는 딸과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려는 아버지의 갈등을 그린 이 작품에서 당시의 사회상을 읽을 수 있다.

한편 남녀차별이 심하던 18세기에 라이프치히의 커피하우스에 여성은 출입할 수 없었고, 커피를 마시면 불임이 된다는 등의 루머까지 돌았다. 커피하우스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사회 변혁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앙시앵 레짐 말기의 프랑스 지식인들이 파리의 커피하우스에 모여 토론을 벌이며 혁명의 불씨를 피웠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커피 칸타타’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으려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여성들에게 금기시되던 ‘커피’를 쟁취하려는 ‘개혁적인’ 딸의 대결은 재치 있는 딸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이처럼 우리가 지금도 즐기고 있는 커피는 몇백년전부터 인간과 함께하며 다채로운 인류 역사를 써 나가는데 조력자 역할을 했다.

커피 뿐만이 아니다.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바야흐로 ‘미식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음식은 이제 생존을 위한 수단을 넘어 탐하는 대상이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 세상에 나온 ‘식탐일기’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맛있는 음식 속에 담긴 파란만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운치에 죽고 운치에 살았던 조선 선비 송강 정철의 못 말리는 술 사랑,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몰아서 글을 쓰고 폭식과 폭음을 일삼았던 발자크, 여자들끼리 갖는 티타임의 수다에서 인생의 본질을 발견한 제인 오스틴의 홍차 한 잔, 음악가로서만큼 미식가로 유명했던 로시니를 울게 한 음식, 빅토리아시대 영국 음식 문화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준 찰스 디킨스의 명작들, 우아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배우 오드리 헵번이 사랑한 초콜릿과의 인연 등, 역사 속 인물 26명의 어깨 너머로 그들의 식탁을 훔쳐보면서, 그들의 삶과 그들이 사랑한 음식과 그 안에 담긴 애틋한 감정까지를 추적한다.

저자는 “음식과 문화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이 책을 통해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먹듯, 즐거움과 힐링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