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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꿈을 꾸는 젊은이들을 보고 싶다

 

각급학교의 졸업식이 끝나고 이제 입학시즌이 다가왔다. 예전같으면 졸업과 입학은 누구에게나 마음이 설레였다. 각급학교의 과정을 마무리했다는 성취감과 새로운 학년을 맞이한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생은 이제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는 것에 대한 희망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젊은이들로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핵가족 시대에 형제자매도 많지 않아 부모로부터 과잉보호를 받고 살아왔기에 더욱 그렇다. 공부를 곧잘하는 초등학생 아들이 받아쓰기 점수를 형편없이 받아왔다. 핀잔을 주는 엄마에게 그 아들은 “받아쓰기 공부하라는 얘기는 엄마가 안 했잖아. 과외도 안 시켰고….”라고 대답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로와 대학의 선택, 그리고 취업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젊은이들에게는 원치 않은 일들은 생기고, 좌절에 부딪치기도 한다. 지난주 막내의 대학졸업식에 갔다. 옛날처럼 학교 대운동장이나 대강당이 아니다. 단과대학별로 학장 주재 아래 자그마한 강당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참석한 학생들이 반도 안 된다. 물론 취업이 안 됐거나 관심이 없어서도 그랬겠지만 초중고와 대학의 12년 과정을 힘들게 마치고 학사학위를 받는다는 자랑스러움은 실종된 지 오래인 것 같았다. 취업이 확정된 졸업생들도 그렇지 못 한 친구들이 안쓰러운 생각에 참석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더욱 놀란 것은 졸업앨범이었다. 40명 졸업생 중에 아들을 포함한 단 3명만이 덩그러니 앨범 한 구석에 외롭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만하면 다행이고 대부분의 학과는 아예 단 한명의 졸업생도 없이 교수들로만 채워졌다. 아무리 ‘N세대’들의 요즘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나로서는 적잖이 놀랐다.

썰렁한 대학 졸업식 풍경은 갈수록 취업이 어려운 우리 사회가 만들었다. 취업재수생들이 대입 재수생보다 많다. 내가 취업을 준비하던 30여 년 전과는 전혀 딴판이다. 그때는 이토록 절실하지는 않았다. 캠퍼스의 낭만을 즐긴다는 것도 이젠 사치다. 게다가 나라 꼴은 엉망이고 곳곳에서 점점 불안감에 휩싸여만 간다. 몇 백대 1이 넘는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 하면 인생의 낙오자로 취급받기도 한다. 아무리 넘어야 할 산이라지만 우리 사회에는 대학입시에 실패한 재수생에다가 임용고사에, 취업시험에, 또 공무원시험에 낙방한 젊은이들을 바라보노라면 안쓰럽다.

대학 수험생들은 자신의 꿈에 한발 다가서기 위해 12년을 흔들거리는 사다리에 오르며 서로 밀치고 밑바닥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대학엘 졸업해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입시보다 더 혹독한 전쟁을 치러야 한다. 입시위주의 교육과 출세지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대입이나 취업에 당장 성공하지 못한 이들에게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는 어떠한 위로의 말도 당장은 소용없다. 그러나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경쟁은 피하기 어렵고 그 경쟁 속에 1위가 있으면 꼴등도 있는 법이다. 1류 대학 입학을 꿈꾸지만 모든 수험생이 갈 수는 없다. 모든 취업준비생이 대기업에 들어갈 수는 없다. 나 역시 재수의 방황 속에서 인생은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철없는 고민도 했었다. 신문사와 방송국 시험에 많이도 떨어져봤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선생도 했었다. 친구들은 지금도 나에게 묻는다. 그 좋다는 선생을 왜 그만두고 기자가 됐느냐고. 그러나 기사를 쓰고, 취재할 때가 가장 신나고 재미있었다. 돈은 없지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만난 것은 돈보다 더 큰 자산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나, 잘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라 하지 않는가. 꿈꾸는 자가 행복한 것이다. 어떤 것을 할까, 뭐가 될까를 꿈꾸며 살아갈 때 내가 인생의 주인공임을 깨달을 수 있다. 지금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꿈은 컸다가, 작아졌다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직업, 연애, 학업, 건강, 자아실현 등 인생의 수많은 꿈을 만들어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질 때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가 약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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