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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삼겹살 데이

조선시대만 해도 돼지고기는 인기가 없었다. 1417년 5월 태종실록에는 ‘명나라 황제가 조선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 조선 사신에게 쇠고기와 양고기를 공급하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많이 기르지도 않았다. 1488년 조선을 방문했던 명나라 사신 동월(董越)이 쓴 조선부(朝鮮賦)에는 조선에서는 집에서 돼지를 기르지 않으며, 목축에는 염소를 볼 수 없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는 돼지고기에 대해 ‘본디 힘줄이 없으니 몹시 차고 풍병을 일으키며 해를 끼치니,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적고 있다. 비인기 육류의 설움을 톡톡히 당했던 셈이다.

지금으로 보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1905년 우리나라에 개량돼지가 들어온 뒤 불과 한 세기 만에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육류가 됐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삼겹살에 대한 편애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삼겹살이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각보다 비싼 것 또한 사실이다. 국내산인 경우 특히 그렇다. 아무리 수입해도 공급량이 늘 부족, 행락철이나 바캉스철 가끔 금(金)겹살로 변신하기도 한다.

최근 ‘국민 먹거리’ 돼지고기의 판매량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한다. 조류독감과 한우 구제역에 놀란 소비자가 비교적 안전한 돼지까지 기피하고 있어서라고 한다. 때문에 양돈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거기에 ‘물 백신’ 논란에 ‘엉터리 백신 접종 관리’ 문제까지 터지는 바람에 속마저 타들어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악의 구제역 재앙’ 오명이 붙은 2010∼2011년 살처분 돼지가 336만 마리에 피해액만도 3조 원이나 되는 등 한 번 발생하면 순식간에 돼지 농가를 ‘쑥대밭’으로 만드니 오죽하겠는가.

마침 3일이 ‘삼겹살 데이’다. ‘3’자가 겹쳐 ‘삼겹’인 날이니 삼겹살을 많이 먹자는 의미다. 이날은 지난 2003년 당시 한 해 걸러 구제역이 돌면서 양돈농가들이 큰 피해를 보자 파주축협·파주시가 돼지고기 소비를 늘려 보자는 취지에서 지정한 날이다. 엉망인 나라꼴을 보며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양돈농가도 위로할 겸 오늘 저녁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어떨까./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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