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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유희 사진찍고 올리기 폰카의 조상을 만나다

 

과천 한국카메라박물관을 찾아서

의식하지 못한 순간을 담은 사진은 기억을 재발견할 수 있는 훌륭한 예술적 결과물이다.

그 순간을 포착하는 카메라 역시 인간의 중요한 순간과 함께하며 발전해왔다.

스마트폰이 통용되면서 카메라는 몇년 쓰고 바꾸는 소모품이 됐지만, 중요한 날에만 볼 수 있는 귀중한 가보였던 시절도 있었다.

꼭 간직하고 싶은 순간, 힘줘 누른 셔터와 함께 ‘찰칵’하는 묵직한 카메라 소리가 추억이 된 시대다.

이처럼 추억속에만 남아있던 카메라의 빛나는 과거를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이 있어 눈길을 끈다. 카메라의 원조인 옵스큐라부터 시작해 3천여점의 카메라를 만날 수 있는 과천의 한국카메라박물관이 그곳이다.

김종세 관장, 30여년 카메라 수집 보관
2007년 9월 과천에 한국카메라박물관 개관

1839년∼2000년 카메라 변천사 한눈에
손기정 베를린올림픽 모습 찍었던 기종도 전시
각종 군용카메라·첫 라이카 카메라 등 선보여

매년 다양한 소장품으로 전시회도 개최
올해 니콘 창립 100주년 맞아 특별전 기획

 

 

 

 


봄맞이 나들이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어린이대공원역 4번 입구를 나서자 뒤편으로 이색적인 건물이 눈에 띈다. 카메라 몸체와 렌즈를 절반으로 자른 단면을 닮은 건물은 단번에 카메라박물관임을 알 수 있다.

박물관 문을 들어서자 1층 전체를 채운 선반에 카메라가 빼곡히 전시돼 있다. 박물관은 소장품 개수보다는 각각의 유물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한 척도가 된다. 한국카메라박물관은 소장품 수는 물론이고, 카메라의 가치에 있어서도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소장된 카메라만 3천점 이상이며, 6천여점의 렌즈를 비롯해 유리원판 필름, 초기 환등기, 사진 인화기, 각종 액세서리를 합하면 1만5천여점에 달한다. 그 중 세계에 4대만 생산된 것, 군용 카메라, 최초의 라이카 카메라 등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카메라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수집한 카메라들은 지인이 기증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김종세 관장이 직접 구입한 것이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가격이 만만치 않을 터. 평생을 카메라에 투자한 김종세 관장의 카메라 사랑의 시작이 궁금했다.

“중학교 때 옆집에 사진관이 있었습니다. 카메라 한번 구경하는 것도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저는 운이 좋아 카메라를 가깝게 접할 수 있었고, 보이는 대로 나오는 사진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어른이 되며 꼭 카메라를 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몇년을 기다렸던 김 관장은 직장에서 받은 두 번째 월급으로 카메라를 손에 넣었다. 전재산을 들여 산 첫 카메라는 ‘아사히 펜탁스 k2’다.

“처음 내 카메라를 갖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손때가 탈만큼 사용했고 더좋은 사진을 찍고싶다는 욕심에 그 뒤로 카메라를 수집하게 됐습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용돈을 아껴 중고로 카메라를 구입했고, 어느새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몇 백대를 넘어섰다. 보통은 더 좋은 카메라를 사기 위해 가지고 있던 카메라를 팔지만 김종세 관장은 달랐다.

그는 “오래전부터 내가 가진 것을 사회에 기부하고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수단이 카메라였다”라며 “마침 그때 아시아 나라 대부분에 있는 카메라 박물관이 우리나라에만 없다는 것을 알았고 국내 카메라 발전을 위해 박물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메라박물관을 짓겠다고 결심한 김 관장은 2000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자택에 수장고 형태의 공간을 꾸며 사진동호회 회원에 한해 개방했고 2002년 문화관광부에 등록하며 정식 박물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07년 9월 지금 자리에 ‘한국카메라박물관’으로 문을 연다.

카메라를 수집한 지 30여년, 국내는 물론이고 영국,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등 120여개국에서 카메라를 구입했다. 실제로 박물관 2층 1전시실은 카메라가 처음 발표된 1839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단위로 카메라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꾸몄다. 그 개수가 500여점에 달한다.

그는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 참석하면 2,30% 정도를 구입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현지인들이 영국에 박물관을 지으라고 권유할 정도”라며 “그만큼 가치 있는 것들을 수집했고, 그런 카메라를 한국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 있어서 더욱 가치있는 카메라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의 모습을 찍었던 ‘콘탁스 Ⅱ 라이플’이 그것이다.

올림픽을 취재하기 위해 만든 카메라로,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 개머리판을 붙였고 방아쇠를 당겨 셔터를 작동한다. 4대만 특수제작한 것으로 두대는 훼손됐고, 한 대는 행방을 알 수 없다. 한국카메라박물관에서만 이 카메라의 실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김 관장은 구입하기 위해 2년간 애를 쓴 카메라도 소개했다. 1938년에 만들어진 ‘콤파스’(compass)로, 카메라의 기술이 영국에서 독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영국이 자존심을 걸고 만든 것이다. 디자인과 판매는 영국에서 담당하고 스위스 기술을 빌린 이 카메라는 담배갑 3분의 2정도 작은 본체 안에 다양한 기능이 담겨있으며, 5천여대만 생산된 희소성있는 카메라다.

그 밖에도 각종 군용카메라, 최초의 라이카 카메라, 아버지가 딸을 위해 만들었다는 최초의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옛날 카메라 중 영화 ‘아가씨’에 등장했던 스튜디오 카메라도 눈에 띈다. 영국산 1892년 카메라로, 네모난 상자에 렌즈가 박힌 예스러운 모습이 이채롭다.

다양한 카메라가 소장된만큼 전시도 알차게 꾸며진다.

2007년 ‘초소형, 스파이 카메라 특별전’을 시작으로, ‘옛날 사진 인화장비 특별전’(2007), ‘군용 카메라 특별전’(2008), ‘아사히 펜탁스 카메라 특별전’·‘세계 소형 일안 반사식 카메라 특별전’·‘입체카메라 특별전’(2009), ‘중·대형 일안 반사식 카메라 특별전’(2011), ‘세계 목제 카메라 특별전’(2013), ‘라이카 100년 기획전’(2014), ‘180년의 역사-카메라가 본 세상 특별전’(2015)까지 다채롭다.

꾸준히 전시를 개최하고 있지만 수장고에 잠자고 있는 카메라도 여전히 많다. 따라서 좀더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며 올해는 니콘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니콘을 만나다 전시를 7월 개최한다.

수많은 아날로그 카메라를 관람하면서 정작 디지털 카메라로 전시장을 촬영하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김 관장에게 아날로그 카메라의 미래를 묻자 “디지털 카메라는 빠른 기술발전으로 10년이 지나면 가치가 제로가 되지만 아날로그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아날로그 카메라로 찍어서 현상하는 예전의 방식이 귀해지고, 고급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한국카메라박물관은 희소성 있는 카메라를 관람하며 많은 분들이 카메라의 가치와 의미를 배울 수 있는 역할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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