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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보수와 진보의 지리한 싸움은 이제 그만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됐다. 탄핵을 간절히 바라던 사람들이나, 이를 반대하던 사람들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고, 옳고 그름을 떠나 자기 주장을 펴는 것은 건전한 토론문화일 수도 있다. “억울하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청와대를 떠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남긴 말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탄핵인용 만장일치 결정도 이런 점에서 존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보수와 진보로 갈려 흑백논리의 지리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사드배치 문제로 총성없는 전쟁을 겪는다.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한다는 이유로 거대 중국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 안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역사를 볼 때 우리 민족은 외부로부터 침략을 많이도 받았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나라를 빼앗기고 아녀자들은 정신대로, 장정들은 남자들은 노무자와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끌려간 치욕의 근대사도 있었다. 이후에도 한반도가 전 세계의 전쟁터가 되어 수백만의 동족과 연합군이 죽었는데도 나라는 다시 반으로 갈라져 강대국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혹자는 말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우리사회 특유의 이분법적 사고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의 퇴보를 가져왔다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식에서 100% 국민대통합을 강조했지만 지금까지도 우리사회의 분열요인인 지역 계층 세대 이념 간의 갈등이 지속된다. 게다가 더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보수와 진보 간의 끊임 없는 대립과 논쟁이다. 정당에서부터 우리사회의 나침판인 언론, 엘리트를 양성하는 교수, 사회구조를 이끌어 가는 시민단체, 그리고 성역으로 불리는 종교단체까지 광범위하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는 역사를 이끌어가는 마차의 수레바퀴와도 같다. 서로가 균형을 이룰 때 ‘사회안정’과 ‘국가발전’은 이룩될 수 있다.

보수(保守)와 진보의 사전적 의미는 ‘보전하여 지킴’과 ‘정도나 수준이 나아지거나 높아짐’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보수는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진보는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프랑스혁명 당시 왕권타도를 위해 무차별 폭력이 난무했다. 이때부터 왕권을 수호하려는 세력을 보수주의로, 현실을 부정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생각을 가진 세력을 혁명 또는 급진주의(Radicalism)라고 했다. 우리나라 정치를 보더라도 군사정권과 그 옹호파들을 독재세력이라 불렀고 반대세력을 민주세력이라고 불렀다. 문민정부 이후 군사정권이 뿌리인 한나라당을 보수정당으로, 민주세력이 뿌리인 민주당을 진보정당으로 표현해왔다.

이 과정을 겪으며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양대 산맥을 이루며 사회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갈림 현상은 연령, 지역, 직업에 따라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나라잃은 슬픔과 고통을 몸소 겪었던 세대와 기득권을 누려왔던 지역, 그리고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 사용자 측이 보수적 성격이 짙고 젊은 세대, 호남지역, 노동자 측이 일반적으로 진보의 색채가 짙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정당과 개인의 지지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두 축은 심지어 ‘종북좌빨’과 ‘수구꼴통’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갈라져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하고 있다.

이제는 어떤 개인이건 조직이건 자기주장을 펼 때 최소한의 논리와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 품격은 사람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이며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이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이해하고 타협해야 한다. 국가발전과 안정된 국민의 삶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이야말로 품격있는 논리와행동이 요구되는 엄중한 위기의 시기이다. 극단적인 보수와 낡은 진보의 이념적 잣대로 국민을 선동하는 후진 세력보다는 ‘이성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국민통합을 위해 다시 만나야 한다. 만나서 소통하고 화합해야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높일 수 있다. 품위있는 보수와 진보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타도할 적군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함께 동행할 합리적인 경쟁상대로 지켜보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통합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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