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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출두]박근혜 출두

18세기 서유럽에서는 가발의 크기가 곧 신분과 미를 상징했다. 귀족들의 허영심이 빚어낸 기현상이었지만 가발은 날이 갈수록 화려해졌고 똑바로 눕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크기도 높아졌다.

우연일까? 비슷한 시기 조선에서도 가발의 일종인 ‘가체’가 유행했다. 그리고 여인네들의 전용물이었다는 것만 다를 뿐 신분을 상징한 것은 똑같았다. 그러나 화려함과 가격면에 있어선 서양을 압도할 정도로 대단했다. 우선 얼마나 크고 무거웠는지 머리에 이고 있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 가체에 눌려 목뼈가 부러졌다는 기록도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부잣집 며느리가 13세에 가체를 얼마나 높고 무겁게 했는지 시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자 갑자기 일어서다 가체에 눌려 목뼈가 부러졌다. 사치가 능히 사람을 죽였으니 슬프도다”고 적고 있다.

가격도 상상을 초월했다. 상품은 7만∼8만 냥, 웬만한 것도 중인(中人)의 집 10채에 해당됐다. 그나마 구하기가 어려워 가산을 탕진하는 등 사회적 물의까지 빚었다.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을 이용, 여자의 머리숱을 많아 보이게 하려고 여러 형태의 머리 모양을 꾸미기 위하여 사용하던 가체가 이처럼 호사해지자 영조는 급기야 가체 금지령까지 내렸다.

그 흔적은 현대 여성들 사이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적은 머리숱을 보완해주는 ‘달비’와 부분가발을 이용해 모양새를 내는 각종 머리 등이 그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날 올림머리를 하느라 현장점검을 지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림머리는 일반 여성들이 혼자 하기도 힘들고, 머리핀만 수십 개가 필요해 1시간 이상 소요된다.

그래서 그런가,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미용사를 불러들인 박근혜 전 대통령, 유독 좋아한다는 ‘올림머리’를 하고 오늘(21일) 검찰에 출두한다. 국민 앞에 서는 만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 머리 손질을 했을지 모르지만, 아마 예전보다 더 큰 정성을 쏟았을 게 분명하다. 포토라인에 서서 전하는 대국민 메시지 내용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기대가 너무 큰가?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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