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을 하는 동안
/강인한
좌회전으로 들어서야 하는데
좌회전 신호가 없다.
지나친다.
한참을 더 부질없이 달리다가 붉은 신호의 비호 아래
유턴을 한다.
들어가지 못한 길목을 뒤늦게 찾아간다.
꽃을 기다리다가 잠시
바람결로 며칠 떠돌다가 돌아왔을 뿐인데
목련이 한꺼번에 다 져버렸다.
목련나무 둥치 아래 흰 깃털이 흙빛으로 누워 있다.
이번 세상에서 만나지 못한 꽃
그대여, 그럼
다음 생에서 나는 문득 되돌아와야 하나.
한참을 더 부질없이 달리다가
이 생이 다 저물어간다.
-강인한 대표시 100선 ‘신들의 놀이터’
꽃을 혹은 꽃 같은 그대를 혹은 꽃 같은 ‘나’를 만나기 위한 ‘기다림의 길’이 막혔을 때, 뒷걸음치거나 되돌아갈 수도 없고, 불가항력 같은 것이 그 길을 막아설 때, 우리는 때로 부질없는 짓을 하게 된다. 그 길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서 바람결에 며칠 떠돌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때, 우리가 기다리던 ‘꽃’은 왔다가 간다. 흰 깃털 같은 꽃잎을 떨어뜨린 채 쓸쓸히 왔다가 간다. 생이란 이렇게 아름답도록 서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