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일본경제의 부침이 우리경제에 주는 교훈
[경제포커스]일본경제의 부침이 우리경제에 주는 교훈
  • 경기신문
  • 승인 2017.03.21 20:39
  • 댓글 0
  • 전자신문  16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지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조사부장

1984년 히로시마에서 자그마한 캐주얼 브랜드로 시작된 유니클로가 2000년대 이후 글로벌 의류회사로 성장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9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일본경제 장기침체였다. 유니클로는 1990년 중국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후 SPA(한 회사가 의류 생산과 판매의 모든 과정을 총괄) 체제 하의 중저가 패스트패션 전략이 주효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형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지난 30여 년간 유니클로 변천사는 일본경제의 부침을 압축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일본경제는 1980년대 중반까지 탄탄한 제조업 경쟁력에 힘입어 성장가도를 질주했다. 그러나 일본의 과도한 경상수지흑자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등 주요국이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인위적인 엔화강세를 강요한 결과 엔화가치는 합의 당시 달러당 241엔 수준에서 1987년 초 150엔 수준까지 절상되었다.

그 후 1980년대 후반 자산버블 형성과 1990년대 중반 이후 버블붕괴라는 롤러코스터 속에서 일본기업은 극심한 불황과 생존경쟁에 내몰렸다. 더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최근까지 수차례의 경제위기와 천재지변으로 경제활력이 소진되면서 일본경제는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려왔다. 그 기간 동안 일본은 1997년 아시아외환위기, 2000년대 초 IT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 등 경제 전체를 강타한 내외부 충격에 시달렸다.

특히 1960년대부터 중앙정부의 정책지원 하에 종합상사의 선단식 경영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온 일본경제의 핵심 추진력이 1990년대 버블붕괴 이후에는 오히려 비효율을 양산하면서 경제성장의 족쇄로 작용했다. 일본정부는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 호소카와 총리부터 현재 아베 총리에 이르기까지 규제완화와 행정개혁 및 민영화 등 구조개혁을 추진했지만 근본적 개혁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향후 일본경제는 재기가 불가능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사실 일본은 1970년대 고도성장기부터 대규모 연구개발투자를 독려했는데 1990년대 이후의 장기불황기에도 연구개발투자는 확대되었다. 그 결과 일본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22명 가운데 17명이 소위 ‘잃어버린 20년’ 기간 중 상을 받았을 만큼 기초과학 투자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탄탄한 과학기술 기반 하에 일본은 소재부품 산업과 IT 바이오 및 로봇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사실 경제지표로만 본다면 일본은 여전히 경제대국이다. 인구는 1억2천600만명에 달하고 GDP와 무역규모는 세계 3~4위 수준이며 외환보유액도 1조2천억달러로 중국 다음이다. 정부부채가 GDP의 2.3배이지만 글로벌 기축통화인 엔화의 뒷받침으로 국채의 90%를 자체 소화하고 있어 금융시장도 안정되어 있다.

다만 일본경제는 인구구조의 급속한 고령화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통계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고령화와 노인부양비율 추이 등 인구구조와 관련한 거의 모든 지표들이 20년 전 일본의 인구관련 통계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에 최근 20년간 일본경제의 부침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 먼저 일본경제의 장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혁신을 주도하는 원동력인 과학기술에의 과감한 투자와 민간부문의 경제활력을 높이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민간부문의 경제활력 제고는 산업 각 부문에서 기업과 민간부문 간의 협업을 촉진하면서 그 시너지 효과를 산업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모멘텀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일본의 정책실패 경험에서도 배울 점은 많다. 경제관련 정책의 설계와 추진은 중장기적 시계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인구구조의 급격한 고령화에 대비해서는 일본의 정책오류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일본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도 있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한 국가나 민족이 번영을 지속한 경우는 없다. 환경변화의 크기와 방향을 끊임없이 예민하게 읽어내면서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를 준비할 때에만 성장과 번영이 담보되는 것이다. 20년 후 우리경제는 과연 지금 현재 일본 정도의 수준에 겨우 도달해 있을지 아니면 그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으로 성숙해 있을지는 결국 우리 모두의 선택과 실천의지에 달려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