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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문학]미래인문학 견지로 본 한반도 사드배치

 

생태계가 돌아가는 기본은 약육강식이다. 전쟁의 역사를 크게 보면 단세포들도 싸울 때는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을 더 많이 만든다. 전쟁터에서 명장들은 장병들이 아드레날린 계열의 호르몬을 더 만들도록 배수진이나 파부침주(破釜沈舟) 등의 전략을 썼다. 먹고 먹히는 사냥과 전쟁이 ‘도피-투쟁’의 스트레스 반응을 이끌어내었고 두뇌는 그 시기에 시냅스를 급히 만들거나 새롭게 연결하면서 지능을 발달시켰다. 그렇게 이기는 방법들이 전수되면서 펜과 칼과 총과 정치의 역사가 시작했다.

사냥은 우리가 가장 많이 생각해야 했던 인문학의 재료였다. 사냥터와 먹잇감을 구하는 행위인 사냥은 그러다가 영토와 권위와 여자와 사랑을 구하려 싸우는 트로이나 삼국지 같은 얘기가 되었다. 사랑이라는 인문학 재료를 논하자면 ‘SEX’의 발달사를 보아야 한다. DNA는 자신을 전달하고 복제하려는 본능과 다양성의 본능을 갖고 있다. 동종번식의 단계를 경과한 초기 생명체의 사랑은 대부분 폭력적이었다. 부드러운 결합이 아니었다. 초기의 성교는 DNA의 다양성을 위한 전쟁이었으며 마치 주사를 놓거나 모기의 흡혈같았다.

지금까지도 일부 인간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 사냥과 폭력적 사랑의 인문(人文)은 드디어 전쟁사(史)로 얼룩졌다. 그러다가 현명한 할머니들이 힘센 아들들을 시켜서 모계 부족사회를 만들었고 여자들이 약탈당하는 일을 금지시켰다. 결혼이 생기기 전단계인 중혼시대의 남녀들은 평화로운 가운데 사랑을 나누었고 아이들은 아버지가 정확히 누군지는 몰라도 부족 전체의 보살핌을 받았다. 그러다가 효과적인 살생무기가 발명되면서 힘센 남자들은 자기 폭력성을 조직화했다. 남자가 더 큰 부족국가의 왕이 되면서 여러 여자를 거느리게 된다.

이런 시대에는 인간도 원숭이들처럼 노예로 살다 죽는 총각귀신이 많았다. 그러다가 국가와 국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평화가 더욱 중요해졌다. 총이 발명되면서 몸으로 지배하던 시대에서 협력관계가 더욱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선거제도와 민주화는 대규모 전쟁과 총이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들은 수많은 전쟁들 사이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달달한 인문학을 잠시 맛보는지도 모른다. 전쟁이 없는 때의 인문학은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기술이며 세상을 살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창조적 기술로서의 정신과 육체와 인문학과 과학이 융합된 개념이며 스토리이다.

한국의 인문학이 본래대로의 인문학이 되려면 우선 한국에서 전쟁의 위험이 사라져야 한다. 평화 속에서 달달한 감수성을 기르고 직업의 차별과 서열화가 사라진 복지제도가 좋은 풍토를 만들면서 새로운 르네상스형 교양인을 기르는 창의적 교육도 필요하다. “기술과 인문학 사이에서 애플의 기술들이 나왔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은 문화인류학과 진화심리학, 과학기술의 발전 사이에서 사람들의 불편과 아픔과 행복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관찰했다는 말이다. 삶의 흐름인 인문역사와 관계된 모든 것이 ‘Liberal Arts’이므로, 이 개념은 모든 영역에서의 긍정적 변화를 추구하는 기술이며 자유 평등 박애의 관점으로 미래를 보는 창의성을 의미한다.

인문학은 오스카 와일드의 표현처럼 인생을 예술적으로 대하여 두뇌가 심장처럼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가득 차도록 하는 기술이다. 또 사람들이 원초적으로 가진 예술적 본능을 느끼는 창조적 기술이 바로 ‘Liberal Arts’가 지닌 뜻이다. 인류의 인문학은 공포를 바탕으로 하는 사냥으로 시작해서 달달한 사랑으로 가는 방향성을 갖는다. 미래인문학은 평화를 추구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창조적 인문학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지금 당장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과연 사드가 우리에게 전쟁을 가져올지 평화를 선물할지 잘 따져봐야 한다. 과거의 인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한 가지 힌트는 어떤 결정이 공포를 기반으로 한다면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두려움은 항상 폭력의 심리적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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