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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맹자의 왕도정치와 대통령 조건

 

 

 

맹자는 춘추전국시대인 기원전 372년 지금의 산둥성 추현 지역에서 태어났다. 그는 성선설을 바탕으로 한 왕도정치를 주장한 사상가로서 유명하다. 그가 주장하는 왕도정치의 요체는 임금은 모름지기 백성의 신망을 얻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백성이 가장 귀한 존재이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그다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 천하를 얻는 방법은 백성을 얻는 것이며, 백성을 얻는 방법은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이러한 민본주의에 기초하여 역성혁명(易姓革命)까지도 정당화하였다. ‘한번 군주는 영원한 군주’라는 의식이 확고하던 당시에 역성혁명을 언급한 것은 대단한 용기이자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맹자의 근본 사상은 왕의 권위는 오로지 백성의 지지를 얻을 때만 인정받는다는 것이었다. 만약 백성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에는 덕을 잃은 왕으로서 덕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왕위를 넘길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맹자는 왕이 정치를 행함에 있어서 자신의 이익을 버릴 것을 강조하였다. 자신의 이익을 버릴 때 비로소 인(仁)의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는 누구든 마음속에 ‘다른 사람에게 차마 함부로 행할 수 없는 마음, 즉 어진 마음이 있다’고 한다. 이 어진 마음으로 정치를 행할 때, 비로소 인의 정치를 실행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인의 정치에는 개인의 이익을 버리고 불쌍한 사람을 측은하게 여기며 백성들을 고루고루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군주는 백성들이 생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일정한 생업이 있어야 일정한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며, 만약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방탕, 편벽, 사악, 사치 등 바르지 못한 길로 빠질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오늘날도 실업 해결을 국가의 중요 목표로 삼는 것이 결코 일시적이 아닌 국가의 기본이라는 것을 맹자의 사상에서 엿볼 수 있다.

맹자가 주장한 왕도정치는 ‘어진 정치(仁政)’로서, 그 근본은 백성이고, 지향해야 할 목표는 백성들을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데 있다. 왕이 이러한 근본의식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백성들조차 찾아올 것이며, 인구도 늘어나고 왕의 권위도 높아지게 됨을 역설한 것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격변의 시기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으로서 몇 가지 조건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 맹자가 강조한 왕도정치의 진정한 실천은, 개인의 이익을 버리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 직위를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측은히 여기며 희생하려는 ‘충복의 마음’이 요구된다. 이를 배반하여 국민의 신임을 잃으면 언제든지 밀려날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둘째, 생업을 강조한 맹자의 사상을 새겨들어야 한다. 실업률을 줄이고 경제를 회생시켜 국민을 근심에서 해방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국제적인 경제흐름과 국내의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경제 살리기에 수완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대내외적으로 국격을 생각하며 처신해야 한다. 참고로 독일의 최연소 대통령 기록을 지닌 크리스티안 불프씨는 2년도 채 못 채우고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최단기간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주지사 시절 평균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실을 알아챈 언론사 사장과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를 덮으려 한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깜도 안 되는 작은 일인데도 독일 국민들은 단호했다. 대통령이 조국의 자부심과 국격을 훼손했다고 생각했고, 대통령은 여지없이 자리에서 축출당했다. 이제 우리나라 대통령 또한 이러한 작은 일에도 가차 없이 응징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뇌리에는 선거 때 꽤 멋지게 보였던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전혀 멋지지 않았던 기억으로 넘쳐난다. 얼굴은 더 반질해졌는데도 왜 그랬을까? 두말할 것도 없이 온갖 사익과 비리에 연루된 초라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부터는 제발 국민의 박수와 함께 멋지게 퇴장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멋지고 가슴에 남는 대통령 보는 일이 그렇게도 힘든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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