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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삶의 의미

 

평소 가깝게 지내며 여러모로 도움을 주시는 김 회장님이 병원에 들려서 오는 길이라며 사무실에 들리셨다. “사모님은 좀 어떠세요?” 물으니 많이 좋아지셨다며 며칠 동안 무너져 내린 어깨를 추스르시며 말씀을 하신다. “정 사장은 이런 이야기 안 해도 잘 하겠지만 부부간에 잘하는 게 최고여, 내 친구 하나가 마누라한테 못되게 굴더니 막상 마누라 죽고 나니 빈자리가 너무나 크고 잘못한 게 마음에 걸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며 잘해주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되어 친구들 모임에 나와 소주 한잔만 들어가면 울면서 마누라한테 잘들하라고 신신당부를 한다네. 그런데 말이야, 나도 잘 해준 게 없어 미안하고 평생 살아오면서 여보 사랑해하는 말을 못 하였는데 너무 후회가 되고 마누라 없이 혼자는 못 살 것 같아.”

며칠 전 사모님이 몸이 편찮으시다는 말을 전해 듣고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구리 한양대병원 응급실로 가셨다기에 서둘러 병원으로 찾아뵌 것이 그저께였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 것은 시설이 좋은 대학병원이니 두 분 다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 같아 두어 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위로를 해드리고 왔는데 하룻저녁이 지나서는 날벼락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병세가 더욱 심해져서 중환자실로 병실을 옮겼고 평소 당이 높아서 늘 걱정을 했는데 합병증으로 패혈증 증세가 보인다는 것이다. 몇년 전 큰아버님이 패혈증으로 돌아가셨기에 그 위중함을 아는 나로서는 보통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제는 세상에 저렇게 불쌍한 노인이 또 있나 할 정도로 예전에 모습이 아니었다. 아내에게서 들은 말로는 사모님이 돌아가시면 따라서 죽겠다느니 혼자는 못 산다느니 하면서 많이 우셨다고 한다. 평소에는 배우자의 소중함을 몰랐는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세상에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 건강이고 배우자 아닌가 하는 생각이란다. 다행히 어제 오후부터는 차도가 있어 걱정할 단계는 넘어섰다며 좋아하시더니 오늘 오전에 병원에 들려오시면서는 희망이 생기며 무조건 감사하는 마음뿐이라고 하신다. 그래서 그런지 목소리부터가 촉촉하고 많은 말씀을 하신다.

저녁 면회시간에 또 가신다기에 “마침 상봉에서 친구들과 저녁 모임이 있어 올라가는 길에 모셔다 드릴께요” 했더니 좋아하신다. 병원 가까이 오니 “중환자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것이 좋지 않다고 병원에서 말한다”며 “며칠 있다가 일반 병실로 옮기면 면회를 하는 게 좋겠다”면서 우리는 모임에 바로 가라고 병원 앞에서 내리셨다. 친구들 모임에서 서둘러 저녁을 먹고 일어나 다시 병원 앞에서 회장님을 모시고 내려왔다. 상기된 목소리로 “오전보다도 더욱 좋아진 거 같다”며 “폐가 기능을 회복하면서 이제 기계의 도움 없이 스스로 호흡을 하려 한다”며 좋아하신다. 천만다행이다.

누구나 소망하는 것이 건강하게 살다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지만 그 또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평소에는 천년만년 살 것처럼 생각하고 생활하다 막상 주변에서 누군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나면 건강의 소중함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강조하게 되는가 보다. 부족한 거 없이 근심 걱정은 남에 것인 것처럼 보였던 분도 막상 배우자에 병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좌절하고 병세가 호전함에 다시금 삶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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