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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장이란 단어가 2000년 전 중국 후한 때 나왔으니 역사가 길다. 당시 6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반란군을 토벌하러 가겠다고 나서는 마원 장수를 말리면서 광무제가 했다는 “늙어서 더욱 왕성하다”는 뜻의 ‘노당익장(老當益壯)’이 어원이다. 나이 들수록 기운과 의욕이 넘친다고 할 때 쓰는 용어다.

무병장수, 인간의 오랜 염원이었지만 평균수명이 50세를 넘은 건 불과 100여 년 전이다. 장수국가라는 일본도 19세기 초 평균수명은 45세였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선시대 왕들의 수명조차 46세 안팎이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당시 마원의 나이는 노인 중에서도 원로급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평균수명은 언제부터인가 환갑잔치조차 슬그머니 사라질 정도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젠 칠순도 생략하는 집이 많다. 평균수명이 81세로 늘어난 탓이다. 따라서 지금 60대에게 노익장이란 수식어를 붙이면 어색하다 못해 창피하기까지 하다. 80, 90세나 돼야 그나마 어울리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1930년대 태생으로 60년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80을 앞뒀다는 뜻의 ‘신386’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하지만 이 또한 언제 센티내리언(centenarian), 즉 100세 어르신에게 언제 넘겨줄지 모른다. 실제로 100세 청춘(?)들이 마라톤을 완주하고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흔해진 요즘이어서 더욱 그렇다.

일찍이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경륜을 바탕으로 국가의 중요 정책에 조언할 수 있다면 이보다 가치 있는 큰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노년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이렇게 일갈했다고 한다. “노년이 되면 일을 못한다고? 도대체 무슨 일을 말하는가? 젊은이들이 갑판을 뛰어다니고 돛을 올리고 할 때, 노인은 키를 잡고 조용히 선미에 앉아 있지. 큰일은 육체의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깊은 사려와 판단력으로 하는 거야.”

77세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대권 출사표를 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과욕’‘망상’ ‘노익장’이라며 평가가 갈리고 있다. 나이를 잊은 그의 선택,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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