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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 사이로 ‘치유의 바람’불어오누나~

이윤숙 ‘바람’전 수원서 30일까지 개최
실험예술가 모임 ‘무경계 프로젝트’

 

사회적 메시지를 내포한 예술적 결과물은 어떤 수단보다 효과적으로 현상의 핵심을 담을 수 있다.

심미적인 요소가 충족되기 때문에 쉽게 각인되며 그 의미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가능하다.

수원의 실험공간 UZ에서 진행되는 이윤숙 작가의 ‘바람’ 전도 그런 예술의 순기능을 그대로 보여준다.

30여평되는 전시공간에는 하나의 설치작업이 채우고 있다.

작가가 철책길을 거닐며 찍은 영상이 한쪽 벽면을 비추고, 철사에 매달린 수많은 십자가 그림자가 화면 위에 오버랩된다. 관람객은 십자가가 걸려 있는 철책을 보게 되는 것이다.

실험예술가들의 모임인 슈룹은 2017년 예술로 사회적 경계를 허물고자 ‘무경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예술가들이 함께 평화누리길을 다녀온 뒤 떠오른 아이디어로 전시를 기획, 이윤숙 작가의 바람 전시로 시작을 알렸다.

이윤숙 작가는 차갑고 단단한 철책에서 우리사회를 아우르고 있는 경직된 사고를 떠올렸고, 이에 대한 치유의 의미로 용서와 속죄를 상징하는 십자가를 덧붙였다.

한곳에 모인 십자가는 2017년 대한민국에 필요한 화합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전시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전시장 입구의 측백나무다.

길 양쪽에 나선형으로 진열된 측백나무는 흙과 풀냄새를 내뿜으며 숲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실제 작가가 10년 넘게 키운 것이다.

측백나무 향으로 나쁜 것들을 씻어낸 뒤 치유의 공간에 들어선다는 뜻으로, 이윤숙 작가는 전시장이 신성하면서 용서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같이 설정했다.

그 결과 하나의 작품이지만 공간이 부족함 없이 채워졌다. 특히 흙길을 걷는 소리와 나무 냄새가 어우러져 시각, 후각, 청각을 모두 만족시킨다.

지난 2월 차가운 철책을 끼고 걷던 이윤숙 작가는 철책 사이로 스미는 바람에서 따뜻함을 느꼈고 그 느낌을 전시에 옮겼다.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할 4월에 열리는 전시라 더욱 의미가 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며 평일 관람시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 휴관.(문의: 010-4723-4519)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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