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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혐오 발언의 갈림길에 서다

제러미월드론,혐오발언 권리 다뤄
‘포용의 공공선 지키기’ 초점 맞춰
독자 자율적 선택 다양한 논거 소개

 

지난해 6월, 이탈리아에서는 헤어진 여자 친구를 산 채로 태워 죽인 사건이 벌어지며 세상을 놀라게 했으며 같은해 5월 우리나라 역시 여성들로부터 무시를 당했던 기억 때문에 모르는 여성을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혐오범죄가 화두로 떠올랐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살해당한 이 사건은 명백한 혐오 범죄다. 잠재적 피해자인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을 이 사회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여전히 우리나라는 ‘혐오 범죄’의 범위나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정제되지 않은 혐오 발언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론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뉴욕대학교(NYU) 로스쿨 교수로 법·정치철학을 가르치며 민주주의 소유, 고문, 안전, 홈리스, 국제법철학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제러미 월드론은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에서 혐오를 발언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심도있게 다룬다.

책은 혐오표현이 뭔지, 왜 문제인지, 혐오표현은 개인에게만 영향을 끼치는지, 혐오표현이 일으키는 결과는 무엇인지, 혐오표현을 막아야 하는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법적 해석과 사회적 상식의 범위에서 통찰한다.

저자는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환경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아니면 혐오표현이 없는 환경을 구축할 것인가, 두 가지 선택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지 살피면서 각 개인의 존엄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모욕, 불쾌감, 상처를 주는 말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포용의 공공선과 정의의 기초에 관한 상호 확신의 공공선’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책의 6장에서는 혐오표현 규제가 개인의 윤리적 자율성을 위협하다고 주장한 에드윈 베이커의 사상을 다루면서도 7장에서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과 사람의 존엄성을 공격하는 것의 차이를 설명하며 독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논거를 소개한다.

또한 혐오표현금지법에 대한 논쟁을 이해시키기 위해 17세기와 18세기의 종교적 관용에 대한 토론 이야기도 8장에 담았다.

책은 직접적으로 혐오 표현을 금지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돕는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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