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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후보가 직접 돈을 내 벽보를 제작하고, 이를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 받아 붙여주는 형태지만 로마시대엔 달랐다고 한다. 후보자는 가만있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후보이름과 구호를 벽에 적었다는 것이다. 영국 대영박물관은 2천여 년전 화산폭발로 묻힌 폼페이에서 이 같은 선거 벽보를 출토, 소장하고 있다. 물론 오늘날처럼 종이로 만든 화보형 선거벽보는 아니다. 후보자 지지구호나 문구가 새겨진 주택 외벽들이다. 2013년 전시회도 열었다. 분석결과 폼페이 공직자 선출 벽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중 하나에는 건축 토목 축제를 담당하는 2명의 행정관을 뽑아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과 함께 이름을 게재해 놓고 있어 현대 선거벽보와도 매우 유사하다.

예나 지금이나 벽보는 유권자가 후보자들과 만나는 미팅 공간이다. 특히 후보자의 대한 정보가 압축적으로 드러난 홍보물이기 때문에 후보자 선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선거벽보에 적힌 짧고 강렬한 메시지는 유권자의 마음을 흔드는 강력한 열쇠여서 후보마다 차별화에 심혈을 기우린다.

해방과 더불어 등장한 우리의 선거벽보들도 그랬다. 변변한 통신시설이 없던 1950년대 3대 대통령 선거에서 신익희 후보의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짧고 도발적인 문구를 내건 민주당에 “갈아봐야 더 못산다”고 응수한 자유당 이승만후보의 선거벽보를 비롯, 1996년 총선에 출마, 상반신 누드사진을 실은 부산의 모 국회의원 후보 선거벽보까지 4년마다 찾아오는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그리고 5년마다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최근의 선거벽보는 다양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게 특징이다. 전하는 메시지 또한 간결하고 함축적이다. 민주화 이후 유권자의 사회적 요구가 다원화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5·9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벽보가 어제(17일) 일제히 거리 곳곳에 붙었다. 그중에는 헌정사상 처음 정당명을 뺀 선거벽보도 등장했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각 후보들의 메시지,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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