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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아기장수의 비밀

 

입맛은 없고 속은 허전해서 대용량의 아이스크림을 한 통 다 먹었다. 맛있게 먹었는데 치통이 왔다. 잇몸 통증인지 치아에서 오는 통증인지는 알 수 없지만 치아가 쏟아져 내릴 것처럼 아프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즐겨먹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겁도 났다. 그대로 놔두면 치아가 빠질 것 같아 턱을 양손으로 받쳤다. 늦은 밤이라 치과가기도 애매해서 진통제를 먹고 입을 꼭 다물고 고통을 견디다 보니 서서히 통증이 약해졌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다. 황당하기도 하고 뭔가 원인이 있었을 거라는 의구심을 갖고도 치과를 가보지는 않았다. 치아가 쏟아질 듯 고통스러울 때는 날이 밝으면 당장 치과로 달려가겠다고 마음먹었는데 통증이 사라지고 나니 가고 싶지 않다.

오복 중의 하나가 치아건강이라고 했다. 다른 병도 마찬가지겠지만 치아의 통증을 참거나 치료를 미루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게 된다고 가능한 서둘러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치과를 찾기가 싶지 않다.

치아를 갈아낼 때 타는 냄새며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싫고 무엇보다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민망하여 미루게 된다. 큰 아이 어릴 때 치아를 뽑다가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치아를 뽑던 중 뿌리째 뽑히지 않고 중간에 부러지는 바람에 잇몸을 찢고 마취를 몇 번씩하고 아이는 죽겠다고 울고 정말이지 진땀을 뺐다.

담당의가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에게 치아를 당겨보라고 했다. 이때 치아가 부러진 것이다. 호기심 많은 아이를 위해 배려해준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으니 난감해하는 의사선생님과 겁에 질린 나와 우는 아이. 그날 어렵게 치아를 뽑았고 그 일로 나는 치과는 옮겼다.

큰아이는 치아가 약하다. 생후 일주일도 안돼서 앞니가 올라왔다. 잇몸이 희끗하여 만져보니 치아였다. 주변 어르신들이 아기장수가 태어났다며 아기장수는 어깨에서 날개가 나와 방 안을 날아다닐 수도 있고 기운이 천사장사여서 부모를 죽이고 하늘로 올라갈 수도 있으니 아기를 씻길 때마다 어깻죽지에 날개가 나오는지 잘 살피라는 말이 너무나 무서웠다.

그러나 별 탈 없이 아기는 자랐고 아기 세 살 때 쭈쭈바를 먹다가 치아가 벌떡 누웠다. 깜짝 놀라 치아를 일으켜 세우고 치과로 가니 너무 약해서 부러졌고 영구치가 나오기까지는 많이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 후 치과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넘어져서 앞니가 부러지고 충치치료로, 치주염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칫솔과 치약도 바꿔보고 양치질도 신경을 썼지만 입을 벌리면 어금니에 금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치아도 유전적인 영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건강하지 못한 치아를 갖은 아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깝다. 이를 앓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치통이야말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인플란트나 치아 교정술등 여러 방법으로 치아를 치료 관리하지만 무엇보다 치아가 상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후 며칠 만에 나온 치아 때문에 아기장수라는 말에 놀라고 아기의 어깻죽지를 살피던 어리석음을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오지만 무엇보다 치아상태에 맞는 칫솔과 치약을 선택하고 부지런한 양치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치아가 신호를 보내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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