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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곡우(穀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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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19일  20:35:51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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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모든 곡물들을 잠에서 깨운다’는 곡우(穀雨). 말 그대로 농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다. 이시기엔 나무에 물도 가장 많이 오른다. 해서 예부터 전국 이름난 산으로 ‘곡우물’을 먹으러 가는 풍습이 있었다. 고로쇠를 비롯 다래, 박달나무의 줄기에 구멍을 내어 받은 수액인 곡우물은 몸에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뇨작용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는 거자수, 즉 자작나무 수액은 이 때 절정에 이른다. 조선시대 지리산 남악사에선 곡우에 조정 제관이 산신에게 거자수를 올리고 국태민안을 비는 약수제를 올렸다고 하며 요즘도 이를 이어받아 남악제를 지낸다. 곡우 전에 이파리를 따서 덖은 녹차를 일컬어 ‘우전(雨前)’이라 한다. 그리고 곡우 전후의 어린 찻잎을 따서 덖은 차를 작설차(雀舌茶)라 한다. 참새의 혀를 닮았기 때문 이다. 모두 최 상품으로 여긴다.

바다에선 곡우사리 즈음 가장 맛이 든다는 조기가 나온다. 산란을 앞두고 영양을 잔뜩 비축해 살이 통통하고 알이 꽉 차있다. 이때 잡은 조기로 만든 굴비는 ‘곡우살이’ ‘오사리’로 부르며 최고로 친다.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이 무렵 북상하다가 서해에서 특히 많이 잡힌다고 하는데 이 무렵 ‘영광법성포’에서 ‘곡우사리 굴비축제’가 열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봄 조개, 가을 낙지’라고 하듯 조개도 이때 것이 좋고, 도미와 복어 등도 곡우 무렵 것이 가장 맛있어 어채(魚菜), 어만두(魚鰻頭) 요리에 쓰인다.

곡우는 이처럼 긴 겨울 어둡고 차가운 기운이 사라지고 따스한 햇살 속 천지만물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기다. 하지만 곡우하면 뭐니 뭐니 해도 비가 오는 것을 가장 반겼다. 이날 비가 많이 와야 풍년이 든다고 했기 때문이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는 말처럼 농경사회 시절부터 이어진 이 같은 바램이 이제는 도시 주민들도 곡우에 하늘을 쳐다본다고 한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믿지 못하는 시민들이. 곡우 무렵 미세먼지를 씻어주는 봄비를 기다리게 됐다는 것이다. 다행히 곡우인 오늘 낮부터 밤사이에 전국에 비가 오겠다는 예보다. 반갑다.

/정준성 주필<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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