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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IN]정신질환자에 대한 위험한 편견

 

최근 인천에서 8세 여아를 살해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17세 소녀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이 소녀가 조현병이라는 정신질환으로 치료 받아온 사실을 재빠르게 보도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안도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불편할 때, 그것을 자신과 분리시킴으로써 안전함을 느끼게 된다. 나자신과 다른 사람, 정상이 아닌 사람이라고 분리시키고 나면, 그를 향한 비난에 자유로워질 수 있고, 그들을 어떻게 사회로부터 배제할 것인가가 주요한 이슈가 된다. 이들 소수의 위험한 사람들만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처벌하면 해결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 사건이 최근 정신보건법 개정과 맞물리면서 언론에서는 모든 정신질환자를 예비 범죄자인 것처럼 호도하며,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는 기사들이 함께 쏟아졌다. 정신보건법은 제정된 지 20년 만에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로 전면 개정되어, 올해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 법률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정신질환자의 입퇴원에 대한 조항이다.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강제입원과 장기수용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정신과 입원 환자의 80%이상이 비자의 강제입원이며, 평균 입원일수는 평균 100일이 넘는다. 이는 OECD 국가들의 평균 비자의입원율이 30%이내, 평균 입원일수가 30일 이내인 것과 비교할 때 가장 열악한 국가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9월 헌법재판소에서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보호의무자 2명과 의사 1명의 동의가 있으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 2항에 대하여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 입원 요건의 규정을 좀 더 강화하였다. 물론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들은 여전히 인권침해 요소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개정된 법률로 인해 정신질환자가 병원에서 쏟아져 나오면 사회적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가장 반발이 큰 곳은 의료계이다. 개정된 법률이 시행되면 당장 1만 9천명 이상의 환자가 퇴원할 것으로 예상되며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인천 여아 살해사건과 같은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열심히 경고하고 있다. 이는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가로서 오히려 이들을 범죄자로 매도하는 매우 위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여전히 보호의무자와 경찰에 의한 강제입원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개정 법률을 적용했을 때도 퇴원해야하는 환자들이 1만 9천명 이상이라면, 역으로 이들은 현재 부적절하게 병원에 감금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반증한다.

논의의 핵심은 입원이 아닌 지역사회에 있다. OECD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회복이 정책의 핵심 목표가 되고 있다. 더 이상 입원과 같은 격리치료가 가져오는 치료적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입원을 통해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안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지역사회에 나오면 한달에 한번 10분간 의사를 만나고 약을 먹는 것만으로 결코 회복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지원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경기도에서는 정신건강증진센터가 모든 시군에 설치되어 있지만, 한 명의 정신건강전문요원이 관리해야하는 대상자가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100명 이상이 되기도 한다. 정신사회재활시설이나 주거시설은 더 열악하다. 서울의 경우 109개의 정신질환자 사회복귀시설이 있으며 그 중 주간재활시설이 37개인 반면, 경기도는 41개의 사회복귀시설, 9개의 주간재활시설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도 31개 시군 중 절반 이상의 지역에 단 한 개의 시설도 없다. 경기도가 도민의 정신건강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당장 한달 뒤 시행을 앞두고 있다. 퇴원이 예상되는 정신질환자뿐만 아니라 이미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정신질환으로 인해 고통받으며 방치되어 있는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나라 성인의 평생 정신질환 유병률이 25%를 넘어서고 있다. 정신질환자를 편견으로 덧씌우고, 사회로부터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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