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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부탄왕국의 국민행복지수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인가. 인간이 끊임없이 고민하는 형이상학적인 문제다. 행복이란 말 그 자체가 동물들에게는 없는 것이고, 인간이 만들어낸 아주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기준은 아주 애매모호할 수 있다.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GNH)라는 게 있다. 이것은 경제성장과 개발, 문화유산의 보호와 전통문화의 계승과 진흥, 풍요로운 자연환경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훌륭한 통치 등을 지표로 수치화하여 만든 개념이다. 1970년 부탄이라는 조그마한 나라에서 만들었는데 이를 모델 삼아 1999년도에 부탄연구센터가 설립되면서 세계 여러나라에서 행복지수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시작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부탄의 국민행복지수는 여전히 부동의 1위다. 아무리 추상적인 개념이라 할지라도 서구 경제학자들조차 관심을 보일 정도다. 물론 이들이 그 척도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행복지수를 논할 때는 이 방법이 유효하다. 부탄왕국은 한반도 면적의 약 1/5 크기에 인구 70만으로 히말라야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다. 영국이 인도-부탄 지역을 통치하다가 인도가 1947년 독립하면서 1949년 인도에 국방과 외교관을 위임하고 독립한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이 6천500달러로 그다지 넉넉하지는 않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주목받고 있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가난하지만 학비는 모두 무료다. 국민이 아프면 정부가 나서 인도나 태국 등 인근 국가로 보내 치료해준다. 노인들은 대가족제도와 정부의 연금제도를 통해 부양된다. 또한 정부 정책은 국민들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데, 우리가 얼마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출산 및 육아 휴가도 이에 포함된다. 2005년, 부탄은 담배판매와 공중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시킨 세계 최초의 국가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천연자원을 보존하려는 노력이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원래의 우림지대를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사냥은 물론 강에서의 낚시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가축 방목과 벌채 그리고 채광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제한된다. 비닐봉지 사용과 2행정 엔진도 불법이며, 엄격하게 연료의 질을 규정하는 법들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과연 어떨까. OECD가 지난 2월 발표한 우리국민의 행복지수는 회원국 32개국 중 31위였다. 아일랜드 생활정보잡지 ‘인터내셔날 리빙’이 발표한 ‘삶의 질’ 순위에선 42위였다.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2천193시간으로 OECD국가 중 압도적인 1위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일하느라 지칠 때면 한국사람을 생각하며 위안을 얻어라’라고 보도할 정도다.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자살자가 더 많은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도 무려 12년째 유지하고 있다. 한국 학생의 행복도를 나타내는 삶 만족도 지수도 OECD 가입국 중 최하위에 머물러 사실상 ‘꼴찌’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탄과 같은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탄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우리 후손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볼 수는 있다. 명문대에 합격하고 대기업에 취직해 가능한 많은 돈을 버는 게 인생 최고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할까? 너도나도 공무원이 되어 안정된 삶만을 추구하라고 해야 할까. 그게 진정한 행복이라고 가르쳐야 할 것인가.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꿈이 이뤄지는 나라, 사람 중심의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미래비전은 없고 오로지 당선만을 위해 상대 후보 헐뜯기 경쟁을 하고, 백화점식 공약만을 나열하고 있다. 부탄이 우리의 롤모델은 결코 아니지만 유력 대선후보들이 부탄式 행복지수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조금은 우리들의 삶에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넋두리를 해본다. 물질적인 부나 사회적 지위보다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들어가는 윤리적 가치들이 우리에게 건강과 행복을 주는 사회는 언제나 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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