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상]광해군과 인조의 시국관
[자치단상]광해군과 인조의 시국관
  • 경기신문
  • 승인 2017.04.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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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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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원기 신한대학교 공법행정학과 교수

요즘 우리나라는 가히 어수선한 그물을 아슬아슬하게 헤엄쳐나가는 물고기와 같다. 내부적으로는 대통령 탄핵에 이어 급하게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이 북한 핵실험을 놓고 서로 으름장을 놓으며 일촉즉발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이 나서서 중재를 모색하고 있지만 힘겨운 모양새다. 여기에 사드배치문제로 한국은 중국과 또 다른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동해표기를 놓고 일본과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바람 잘날 없는 한반도에서 담담히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기개(?)가 자못 경탄스럽기까지 하다. 어쨌든 작금의 한반도는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상황이 펼쳐진 것은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슬기롭게 극복하기도 하고, 판단착오로 국가적 재앙을 초래한 적도 있었다. 조선 중기의 광해군과 인조임금의 시기에도 복잡하고 곤란한 국제정세가 전개되었다. 그런데 이 시기의 국가 리더인 광해군과 인조는 판이한 시국관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광해군은 참혹한 임진왜란을 몸소 겪은 탓인지 국제정세, 특히 전쟁위협에 대한 상황에 예민하였다. 광해군 10년(1617년), 명나라가 만주에 자리잡은 청나라를 정벌하고자 군대를 일으키고, 조선에도 군대파병을 요구하는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다. 광해군은 남의 나라 전쟁에 불개입한다는 생각으로 파병을 거부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신하들은 명에 대한 은혜를 갚아야한다는 명분으로 파병을 주장하였다. 광해군은 결국 신하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1만 3천여명의 군대를 파병하였다. 하지만 파병된 조선군은 청나라 군대에 패하여 9천명 가까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결국 파병대장인 도원수 강홍립은 생존한 군사들을 데리고 청나라에 투항하고 말았다. 광해군이 국제정세를 보는 눈은 정확했지만 국내 민심을 얻는데 실패하여 많은 목숨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후의 태도였다. 즉, 광해군은 강홍립을 통하여 청과 명의 힘을 비교 분석하고, 명이 곧 패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명과 청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견지하였고, 조선을 국제전의 소용돌이에서 보전할 수 있었다.

광해군에 이어 등극한 인조는 광해군과 정반대의 시국관을 갖고 있었다. 인조는 명과 청 사이에서 명에 대한 의리론을 주장하였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구해준 은인인 명을 숭상하고 청을 배척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인조를 등극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서인세력은 물론, 성리학 윤리를 추종하는 많은 사대부들의 환영을 받았으며 나름대로 민심을 얻은 셈이었다. 이에 고무되었는지 한걸음 더 나아가 인조14년(1636년) 3월, 향명대의(向明大義)를 위해 청나라와 화(和)를 끊는다는 일종의 선전포고 비슷한 교서까지 내렸다. 이에 청나라는 같은 해 12월, 여진족 군사 7만 명, 몽고족 군사 3만 명을 앞세워 조선을 침공하였다. 병자호란이 터진 것이었다. 인조는 순식간에 몰아친 청군에 대항하고자 남한산성으로 들어갔지만, 40여 일만에 식량부족과 구원병의 패퇴 등으로 항복하고 말았다. 삼전도에서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라는 역사상 가장 비통한 항복의식을 치러야 했고, 수십만 명의 백성들이 청나라에 잡혀가 온갖 고초를 겪으며 불귀의 객이 되거나 모진 목숨을 이어가야 했다.

국제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광해군과 인조의 시국관은 나라의 존망에 큰 영향을 주었다. 먼저 광해군은 국제정세를 실리차원에서 바라보았고, 중립이라는 원칙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민심을 설득하는데 실패하여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다음으로 인조는 국제정세를 명분차원에서 해석하였고, 이것은 나름대로 민심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국내의 실력을 키우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실력 없는 나라가 국제분쟁에 휘말릴 경우 돌아오는 참혹한 결말을 간과한 것이었다.

작금의 한반도 정세는 상당히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까지 겹쳐있으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이럴수록 냉철한 국제정세 분석과 민심을 하나로 결집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다행히 우리 국민은 위기에 강하고 냉철한 지식인들이다. 남은 것은 현명한 리더의 상식적인 판단이다. 국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나라를 잘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불철주야 고심하며 찾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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