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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계절이 싫어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는 봄이 오기만을 누구보다도 기다려온 것이 그간의 내 삶 속에 겨울나기였고 심리적으로나마 겨울을 빨리 보내는 것은 겨울을 극복해온 나만의 자기 최면 방법이었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새봄은 언제나 첫사랑처럼 설렘으로 다가왔고 몸도 마음도 기지개를 켜며 환희 속에서 한해살이를 시작해 왔다. 그러나 지난 겨울은 자기 최면도 통하지 않는 최면을 쓸 수도 없는 그런 환경이었고 그것을 헤쳐나가려니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작년 9월경 약간의 안면이 있는 사람의 소개로 알게 된 건축업자를 섣불리 믿었던 것이 화근의 시작이었는지 모르겠다. 겨울이 싫어 겨울 공사가 싫어 11월 늦어도 12월 초까지는 책임지고 준공을 내준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시작한 공사가 12월을 넘어 1월로 접어들어도 마무리가 되지를 않았다. 공사가 진행이 된 만큼만 건축비를 지급했어야 했는데 빨리 잘해달라는 마음으로 돈 이야기를 하면 선불로 줘 그것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을 했는가 보다. 그러던 어느 날 서둘러 마무리를 할 테니 건축비를 모두 결제 해달란다. 그 말이 전혀 의심이 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믿고 보자는 생각으로 돈을 건넨 것이 나의 새로운 겨울나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되고 고통스럽고 참혹한 겨울이 될 줄은 상상을 하지 못했다.

아침 일찍 현장으로 아내와 나왔다. 아침이라고 하기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새로 짓고 있는 건물 중 단층 상가건물 앞에 화단을 조성을 하기 위해서다. 전면이 통유리로 지어진 작은 상가 건물 앞 공간에 콘크리트로 포장을 하는 것보다는 화단을 만들어 야생화 꽃을 심자는 아내의 의견에 따라 만들어지는 화단이다. 화단을 만들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며칠 전 장모님 기일에 친정에 가더니 어머님 묘지 앞 밭둑에서 야생화를 캐왔다며 길가 화단에 심는 것을 보며 예쁘다 했더니 상가 앞 빈 공간도 깨끗하게 콘크리트 포장하는 것도 좋지만 화단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한다. 그 말은 공사에 묻혀서 봄이 오는지 가는지 모르고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던 내게 잊어버린 봄을 안겨주는 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내리쬐는 햇볕이 봄볕 치고는 무척 뜨겁다. 시간을 보니 열 시가 넘었다. 흙을 파서 돌을 고르고 손수레로 실어 날라다 다시 펴는 작업은 힘은 들고 땀을 흘려도 제법 그럴듯하게 만들어지는 화단이 피로를 몰아낸다. 더군다나 우리가 만든 화단에 꽃을 보고 사람들이 행복해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은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차오른다. 비록 겨울이 갔는지 봄이 왔는지 모르게 생활을 해왔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어 4월의 마지막 날에는 꽃을 심을 화단까지 만들게 되었다. 내일은 앵초 모종을 하고 며칠 있다가는 채송화 씨앗도 뿌려볼 생각이다. 한쪽에는 봉숭아를 심어 귀여운 꼬마 아가씨들이 꽃잎을 따다 손가락마다 봉숭아물을 들이는 추억도 만들게 하리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달맞이꽃도 심어야겠다. 윤기 있는 노란 꽃잎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많이 지체되기는 했지만 공사가 마무리되고 사용승인을 득하기 위한 서류까지 모두 갖추어 설계사무소에 넘기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예년에는 마음으로 많이 느끼던 봄을 늦었지만 올봄은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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