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담배 판매가 시작된 것은 청나라 상인들이 영국에서 수입한 궐련을 판 1897년경이다. 그러다 1921년 일제가 총독부 주도하에 담배장사를 독점 했고. 해방 이후 ‘전매청’이 신설되고 담배 판매는 국가전매 사업 바뀌었다. 그 해 9월, 전매청에서 만든 ‘승리(勝利)’ 담배가 처음 출시됐다. 가격은 3원 이었지만 아무나 피울 수 없는 고가의 사치품이었다. 당시 쌀 한 말 가격이 45원이었으니 짐작이 간다. 그 다음해엔 ‘백두산’과 ‘무궁화가, 1949년엔 국군 창설 기념으로 군용 담배인 ‘화랑’이 나왔다. 농민담배인 ‘풍년초’도 그 무렵 나왔다. 가격은 30환이었다.

1958년에는 최초의 고급 필터 담배인 ‘아리랑’이, 1960년대에는 22가지의 담배종류가 선보였다. 1970년대에 200원과 220원인 ‘한산도’와‘거북선’이 나왔고 1980년대에는 국산 담배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진 ‘솔’(450원)과 88올림픽을 기념한 ‘88라이트’(600원)가 애연가의 사랑을 받았다. 10년간 묶여있던 담뱃값이 오르기 전인 2014년 가장 비싼 것은 ‘에세SG’로 3천원이었다.

당시 국내 담배에는 가격에 상관없이 여섯 가지 세금이 붙었다. 2천500원에 판매하는 담배를 예로 들면, 담배의 원가는 640원정도지만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를 합하면 판매 가격의 무려 63퍼센트에 해당하는 1천564원이 세금이다.

2015년 가격이 인상된 뒤 가장 많이 팔리는 국산 담배 한 갑의 가격은 4500원이다. 거기에도 비슷한 세율이 적용된다. 그렇게 해서 거둔 세금만 지난해에 12조4천억원에 이른다. 연초를 피우는 것이 아닌 세금을 피우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애연가 특히 저소득층이나 젊은이들의 세수에 대한 저항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 흡연자는 8백만 명으로 추산 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의 당락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숫자다. 그래서 그런 가. 요즘 후보마다 ‘담뱃세 재조정’공약을 내 놓으며 구애(求愛)작전이 한창이다.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정부의 재원조달 ‘곳간’까지 비우겠다는 후보들의 절박한 심정이 ‘장밋빛’이 아니었으면 좋겠다./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