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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을 나서면 푸른 것들의 천국이다. 막 움을 틔우는 새순부터 푸릇해진 나무까지 산천초목이 평화롭다.

푸릇해진 나무와 거리의 한켠을 붉게 물들이는 영산홍이 어우러진 거리를 달려 동해로 접어든다. 긴 잠을 터는 고산지대와는 달리 낮은 곳은 꽃들의 천국이다. 왕 벚꽃이 소담스런 꽃을 꺼내놓은 옆으로 파도가 시샘하듯 몰아친다. 성급한 아이는 파도 속으로 뛰어들고 모래톱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연인의 모습이 예쁘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어 부럽기도 하다. 흘러간 시절이 빛바랜 영상처럼 파도에 물러섰다 되돌아온다.

설렘과 기대로 찾아가는 삼척, 삼척의 바다는 유난히 맑은 듯하다. 물 밑에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다와 동굴 그리고 국민관광지 무령계곡이 빚어내는 풍광이 좋아 가끔 찾는 곳이다. 이번 여행은 시누이와 함께 했다. 남편과 띠 동갑인 손 위 시누이다. 시댁식구와의 여행이라 좀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워낙 남편이 좋아하고 따르는 누님이다. 칠십 넘은 나이에 가급적 젊은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가족의 화합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고맙다.

부모님 돌아가시니 형제들 모이는 일이 줄었다. 명절이나 제삿날 등 경조사를 제외하고는 뭉치기가 쉽지 않다. 각자 가정을 이뤄 자식들 키우다보니 이런저런 일로 소원해지기 쉬운데 시누이가 멍석을 펴고 자리를 마련해준다. 동생들 챙기고 보살피는 것이 영락없는 맏이다.

이번 여행도 시누이가 기획해서 육남매가 함께 가기위해 마련한 자리였는데 막상 여행 떠나는 날이 되니 예기치 않은 사정이 생겨 몇몇만 함께 갔다. 서로에게 맛난 음식을 권하고 건강을 염려하며 다독이는 모습이 훈훈하다. 시누이와 함께 며칠을 보내는 것이 불편하지 않을까 염려했던 것은 기우였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는 시누이들과 뜸했다. 있는 듯 없는 듯 잊고 살다가 만나면 반갑고 또 헤어지면 잊고 살았다. 서로 좋은 이야기만 했고 속내를 꺼내놓지 않고 살다보니 다툼이나 불편은 없었지만 애정 또한 깊지는 않았다. 시누이는 그저 남편의 누이들이기만 했다. 한때는 그런 관계가 좋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할 정도로 갈등을 겪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가족관계가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가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 부모님 돌아가시니 시누이들과 만나는 일이 더 뜸해졌다. 몇 년이 그렇게 지나고 시누이가 여행을 권했고 함께 어울리게 됐다. 물론 마냥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가족이 되어갔다.

미처 알지 못했던 남편의 성장과정이며 가정형편 그동안 몰랐던 가족사를 시누이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어머니를 조금은 이해하기도 했다. 시누이 또한 손아래 사람에게 가족사를 털어놓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가족이 된 것 같아 기쁘다.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라고 주문하기 전에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면 진심이 통하게 된다. 가족이든 주변이든 나를 낮추고 다가서보라. 상대방도 빗장을 열고 나를 맞이한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눈치 보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내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보자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해보자. 한 번에 되지는 않겠지만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

누가 뭐래도 피붙이가 제일이다. 다소 서운함과 아쉬움이 있어 불편하더라도 동기간임을 잃지 말자. 형제끼리의 자존심 내려놓고 보면 별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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