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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이팝나무 꽃’

해마다 이맘때면 하얀 꽃이 피는 이팝나무. 처음엔 싸락눈처럼 듬성듬성 피다가 나중엔 함박눈처럼 소복하게 나무 전체를 뒤덮는 꽃은 보기에도 탐스럽고 향기 또한 좋다. 어쩌다 송아리로 핀 꽃이 똑똑 떨어져 바닥에 쌓이면 하얀 쌀처럼 보인다. 이팝나무란 이름이 붙게 된 배경중 하나다. 꽃이 많이 피면 벼농사가 잘 돼 이밥(쌀밥)을 원없이 먹게 된다고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래된 이팝나무가 있는 전국 어느 마을에 가나 “춘궁기에 굶어 죽은 자식의 무덤가에 이 나무를 심어놓고 죽어서라도 흰 쌀밥을 마음껏 먹기를 비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보릿고개라는 춘궁기 무렵 피기 때문에 예로부터 농촌 지역에서는 이팝나무의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들고, 적게 피거나 시들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그래서 꽃이 필 때가 되면 나무 앞에서 꽃이 만발하기를 기원했다.

입하(立夏)를 전후해 꽃이 펴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르는 이팝나무, 현재 영호남 지역에는 오래된 이팝나무가 많이 있다. 수령 수 백년인 10여그루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구미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특히 이 꽃을 좋아 했다고 한다. 고깃국과 함께 쌀밥을 먹어 봤으면 하던 배고픈 시절을 극복하고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랬다는 것이다. 지금은 영어(囹圄)의 몸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도 1970년대 퍼스트레이디 대행 시절 식수 때 주로 이팝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처럼 이팝나무는 박 대통령 부녀와 인연이 깊다. 경북 구미시에 있는 ‘박정희로’의 가로수도 이팝나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이던 대구 달성에는 이팝나무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그런가 하면 몇 년 전부터는 이팝나무가 전국 곳곳에 가로수로 많이 심겨지고 있다. 꽃이 탐스럽고 예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세종시가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이팝나무로 가로수 길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팝나무 꽃이 만개하고 있는 계절, 유난히 그 나무를 좋아했던 한사람으로 인해 대선이 치러 진다. 나아가 당사자는 법정에도 설 예정이다. 꽃을 보는 마음이 어떨까.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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