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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새 정부가 해야 할 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에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10일부터 새 대통령의 집무가 곧바로 시작된다. 압도적 지지는 아니지만 신성한 주권행사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이기에 낙선한 다른 후보들도 이젠 선거에서 서로 갈라지고 등을 돌린 국민을 어떻게 통합시켜야 할지,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오늘 출범할 문재인 정부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사상 유례 없는 상황에서 급박하게 치러졌고 또한 비선 실세들과 대통령 주변의 환관정치로 하여금 국격(國格)이 무너지고 대통령이 느낀 자괴감을 뛰어넘는 상실감이 아직도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온갖 잘못된 모습을 보아왔기에 선거운동과정에서 ‘적폐청산’을 최우선의 구호로 내세웠던 터라 더욱 그렇다. 사회의 구조가 점차 맑고 투명해지는 상황에서 반칙과 비리는 사라질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은 금물이다. 또다른 엉뚱한 세력들이 발호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정부는 이를 철저히 경계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 곧 구성될 청와대 비서진들을 측근 비선조직으로만 채운다든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만한 인사들로 채운다면 향후 내각 구성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하다. 선공후사(先公後私)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새 정부는 산적한 현안들이 있지만 시급하게 해결할 몇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국민통합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민심이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 이를 치유할 방안을 모색하고, 국민들 또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로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둘째는 새 정부의 인사탕평이다.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현실에서 협치와 연정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단 한건의 법안처리도 힘들게 됐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반대편과도 손잡고 탕평인사를 실천해야 한다. 야당도 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첫 인사에서 성패가 판가름 날 수 있다는 자세로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능력있는 인재를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파와 지역을 초월한 통합 인사가 중요한 시점이다. 여느 때처럼 캠프에 줄 서기 바빴던 이들에게 보은인사를 한다면 그건 시작부터 끝장을 보자는 것이나 다름 없다. 손사레를 치는 인사라 하더라도 나라를 위해 삼고초려하는 자세로 인재를 등용하기 바란다.

셋째는 부정부패 척결과 사정기관의 개혁이다. 우리 국민들은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를 경험하며 경악했다. 이에 못지않게 이를 방조한 사정기관의 책임 또한 크다. 가장 정의로워야 하고 적폐청산에 앞장 서야할 사정기관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이 아직도 있다.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후보들이 적폐청산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실천이다. 역대 모든 정권은 사실상 이구동성으로 검찰 개혁을 부르짖어 왔지만 결국 구두선에 그쳤다. 이번 정부는 차기 대통령은 ‘부패와 비리’의 사슬을 끊고 사정기관이 권력기관이 되어버린 폐해를 바로잡는 특단의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권력기관은 또 권력에 기생하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넷째 경제살리기와 실업난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 젊은이들은 취업시장 문턱에 발조차 들이지 못하고, 고령자들은 은퇴 후에도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청년층의 경우 파트타임, 인턴 등 질 낮은 단기 일자리로 시작했다 1년이 채 안 돼 그만두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장년들도 노후 준비가 부족한데다 은퇴 후에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들이 많아 일손을 놓을 수가 없는 실정이다. 시장 상인들은 모두가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국민소득 5만불은커녕 3만불도 어렵다. 최근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주식시장이 활황인 것 같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 한 외국인들의 일시적인 돈잔치일 뿐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 언제 우르르 무너질지 모른다. 새 정부의 과제다.

이번 정부만큼은 선거과정에서 국민과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래서 5년 뒤 국민들의 환호 속에 박수받고 떠나는 정부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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