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기칼럼]한국에서는 남을 도와 주면 안 된다

 

외국인 A씨는 페이스북에 “부산 경찰이 실망스럽다. 한국에선 앞으로 절대 타인의 삶에 개입하지 말라. 타인을 도와주려고도 하지 말라”라며 외국인들에게 당부했다.

지난 4월 4일 부산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어린이의 차량사고를 막으려던 외국인 부부가 오히려 아이의 가족으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지만 경찰이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이 된 적이 있다. A씨는 페이스북에서 “당신의 아이도 아닌데 왜 우리 일에 끼어드냐”는 말을 들었고 험한 욕설을 들어야 했다고 썼다. 또 그는 “B씨가 아내를 계속 쏘아보다가 아내에게 접근했다. 내가 막아내는 과정에서 그가 나를 손으로 밀어붙였고 급기야 나를 쓰러뜨리고 내 몸 위에 올라탔다”고 덧붙였다. 참다못한 A씨의 아내가 결국 전화로 경찰을 불렀다. 경찰이 현장에 나타난 이후에도 B씨는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계속 이어갔지만 경찰은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B씨는 A씨를 폴란드 출신으로 착각해 “폴란드 XX야”라고 말한 뒤 A씨가 콜롬비아 출신인 것이 확인되자 “폴란드보다 못하는 나라다. 콜롬비아 XX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A씨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왜 제지하지 않느냐며 경찰에 항의했지만 경찰은 웃으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아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16년간 생활해온 A씨는 부산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했고 현재는 부산에서 유기동물 보호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를 구출해 준 A씨 부부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못할망정 손자를 놀라게 했다고 시비를 거는 까칠한 성정은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다문화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부끄럽게 여겨진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을 벌하는 법은 없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삶이 바로 벌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조급한 산업화 시대를 거치고 핵가족화 되면서 배타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해갔다.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소리치고 떠들고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며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쳐도 아이를 나무라기보다 되레 아이를 나무라는 주변 사람들에게 눈을 부라린다.

우리 땅에 사는 외국인이 200만 명을 넘었고, 다문화 학생은 10만 명에 이른다. 한국인은 700만 명이 나라밖에 나가 살고 있다. 우리는 해외에 이민 가거나 입양된 한국인이 국제기구 수장이 되고 한 나라 장관이 된 뉴스에 열광한다. 그런데 우리 안의 외국인에는 배타적이다. 더군다나 어떤 피부색에는 굽히고 다른 피부색에는 오만하기도 하다.

2013년 5월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인종차별 세계지도’가 실렸다. 다른 인종과 이웃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 비율을 7등급으로 나눴다. 미국·영국·호주 같은 나라가 외국인을 품는 관용도가 높았고, 한국은 끝에서 두 번째 등급에 속했다. 중국·일본이 우리보다 외국인에 개방적인 사회로 나타났다. 이 신문은 ‘잘 살고 교육 수준도 높은 한국에서 3분의 1 넘는 국민이 외국인과 이웃하길 싫어한다’고 했다. 다민족, 다문화시대에 다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모으는 것은 공동체의 역할이다. 공동체의 역할은 이타주의의 사람사는 세상이다. 삐뚤어진 성정을 올곧게 펴는 것도 아름다운 공존을 가져오는 것도 공동체의 의식변화에서 나온다. 우리 사회는 개방된 사회를 지향하고 있지만 혈연을 강조하고 다른 문화를 배타적인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단일 민족이라는 그릇된 가치관에 묶인 채 다문화시대에 대한 인식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다문화시대에서 자란 자녀들은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보다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어 국제화시대에 글로벌 인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콜롬비아 A씨와 한국인 아내 부부의 페이스북 사건에서 한국사회가 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없어질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COVER STORY